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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토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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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Apr 30. 2023

누나가 외국에 있어 너무 다행이야.

전 세계 227개국 중 226위라는 한국의 출산율을 찾아보며

 "누나 그거 아나? 누나가 외국에 있는 게 정말 진~~~ 짜 다행이다. 너무너무."

 "한국이 그 정돈가? 그래도 나는 좀 미안한 마음이 많이 있는데."

 "한 명이라도 살아야지."


동생은 내가 한국에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말을 몇 년 전부터 하고 있다.

 ‘어쩌냐. 진짜 나라 없어지겠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보다도 출산율이 낮다니…’

 ‘지금 나는 아이가 하나 있으니 그래도 출산율 방어하는데 조금 도움은 된 건가?’

 ‘사람 귀한지 모르는 인간들이 득시글한데 잘됐네 뭐.’


출산율에 대한 자료들을 볼 때면 여러 감정이 뒤얽혀 그때마다 혼자서 극과 극의 생각을 왔다 갔다 한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57966_36199.html


‘한국인인 내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해 준 건가?’

인생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고 2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나의 해외생활은 12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해외에 살며 나는 그전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던 결혼, 그것도 국제결혼이라는 것을 했다. 나의 아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두 개의 국적을 갖게 되었다.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룩한 국가들이면 피할 수 없이 걸어가는 노령화의 길을 5G를 넘어 6G의 속도로 질주 + 출생아 수 자체가 낮아지는 한국’이 걱정될 때마다 나는 아이가 한국 외의 다른 국적을 갖고 있다는 것에 솔직히 안도한다. 내 아이가 자라서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게 될 20, 30년 후 한국이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 안도감은 어김없이 죄책감으로 연결이 된다. 한국을 떠나와 살면서 한국에서 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그것에서부터 비껴 나 있으면서 느꼈던 죄책감은 0.78이라는 수치 앞에서 수시로 나를 찾아온다. 내 인생도, 내가 사는 곳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사회는 세대/남녀 간 갈라치기도 안 하고, 자연 소멸되고 있지도 않으니까.

‘한국에서 아이 키우고 싶지 않다.’

결혼 생각은 없었어도 ‘만약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을 할 때마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 중 하나였다. 아름답고 빛나는 나이인 10대를 학교와 학원에 처박혀 그렇게 지내며 그저 시키는 공부만 하는 그 자체가 너무나도 싫었다. 솔직히 나는 열심히 공부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 일을 내 아이가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무언가 배우고 싶다고 하기 전까지는 학원에 보내지 않을 생각을 아주아주 확고하게 갖고 있지만, 한국에 있다면 이런 나도 흔들릴까 봐 걱정이 된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 동물이니까.


 ‘한국은 철학이 부족해. 사람들이 창의력이 없어. 어쩌고 저쩌고.’

획일화된 사회, 개개인이 스스로 만든 가치관이 없이 그저 남들이 어찌하나, 비교하고 평가하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에는 바로 이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때 묻지 않았을 때에 모두가 한 곳을 보도록 강요받고 내 옆의 사람은 친구가 아닌 밟고 올라서야 하는 물건쯤으로 보게 만드는 일. 미래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에는 시민의식, 사회성,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배움을 기꺼이 즐기는 것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과연 길러주고 있는가.. 의문이다. 달라져 버린 사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7,80년대 가치관과 교육방식을 주입시키고 있다.


나는 온라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도 종종 하고 있는데, 학생 중 한 명은 미국의 10대 학생이다. 그녀는 교내 밴드에서 활동하고, 태권도와 한국어를 취미로 배우고 있다. 축구도 한다. 남자친구도 떳떳하게(?) 사귄다. 한국의 10대였다면 상상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미국 수능인 SAT에 절대 출제될 리 없는 한국어를 배우는 일, 한국에서 감히 상상이나 하겠는가? 우리는 수능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은 절대 10대에 공부하지 않는다.***



"이거 봐, 내가 너보다 낫지?"

이건 자라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비교질을 통해 남들보다 내가 낫다는 것을 확인받아야 한다. 나는 내가 이런 비교에서부터 꽤 비껴 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도 나에게 남의눈을 잘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해줬었지만, 역시나 그것도 한국인끼리였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체득된 이 비교질은 해외 생활 10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 별일이 없는데도 남과 비교하고, 남의눈을 의식하고, 그보다 내가 좀 더 낫거나 못하는 것을 확인하는 평가질은 순전히 스스로에게 가하는 고문이다.


 “정말 해방된 느낌이에요.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잖아요.”

 “한국에서는 메이크업 없이 나가는 일은 상상도 못 했는데 화장 안 하고 다니는 여기가 얼마나 좋은데요~”


해외에 나간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의 하나다. 결국 이 말을 파고들어 가다 보면 나오는 녀석 역시 ‘비교’에서 비롯된 ‘남의 눈’이다. 이 말을 한 사람들이 비교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비교당하는 것마저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몸에 베여버린 거다.

이 비교는 모든 것으로 연결된다. 내가 가진 옷, 가방, 차부터 시작해 학교, 직장, 사는 동네와 아파트 등.

>이 비교 기준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것이 물질과 돈과 연결되어 있다. 이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의 가치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없으니 (+ 생각할 시간이 없이 사회에 내몰리고 있으니) 우리가 선택하는 기준은 눈으로 확인하기 쉬운 물질적인 것이 된다. 그리고 물질적인 것의 특성상 이것은 절대로 충족될 수 없다. 언제나 나보다 더 나은 것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준이 하나 밖에 없으니 원래 이런 것에 가치를 적게 둘 성향의 사람들마저도 이 싸움에 내몰린다. 모두가 힘들어진다. 이걸 충족하지 못하니 루저, 실패자로 내몰린다. 그리고 선언한다.

  "이생망, 연애, 결혼, 출산. NONO."


내가 말한 것은 낮은 출산율의 일부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이건 한국 사회 여러 곳의 문제가 얽히고설켜 터지는 것이기에. 다만 지금의 한국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전성기인 듯해 씁쓸하다. 솔직히 현재의 한국은 현 상태를 유지만 해도 잘 산다고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지만, 유지가 아닌 내려갈 일이 기정사실이 된 것만 같아 착잡하다. 그저 한 몇 십 년 간 과도기를 겪는 셈 치고 고생 좀 한 후 다시 반등할 수 있기를, 그래서 인구는 적지만 강소국가로 분류되는 유럽의 몇몇 국가들처럼 되기를 바란다면 내가 너무 행복회로를 돌리는 걸까?



이런 종류의 글을 쓰려면 내가 고민한 대책 정도는 같이 쓸 양심이 있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나에게는 그럴 능력도 용기도 없다. 높으신 분들도 알면서 외면하는 문제를 범부인 내가 무슨 수로 할 수 있겠나? 그저 너무나 운 좋게 이런 격동의 한국을 피해 살고 있는 것에서 안도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낄 뿐... 내가 혹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인사이트 넘치는 글을 열심히 쓰는 일? 지금처럼 사람들이 취직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돕는 일? 아니면 둘째를 낳는 일?(둘째 생각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냥 속 편하게 글만 싸지르는 것처럼 보이는 게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냥 한 번 주저리주저리 써 보고 싶었다. 아마 앞으로도 한국에서 살 확률보다 외국에서 살 확률이 훨씬 높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기에 한국이 잘 되는 게 좋다. 한국이 잘 되어야 나에게도, 나를 반 닮은 아이에게도 결국 유리하기에.



***여담이지만 10대에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확실히 어른일 때 배우는 것보다 낫다. 이 아이가 한국어를 이해하는 정도는 어른들이 이해하는 정도보다 확실히 빠르고 발음 교정도 쉽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와는 완전히 다른 한국어라는 언어 시스템을 이해하는 흡수력이 정말 빠르다. 이건 비단 언어뿐이 아니다. 뇌가 한창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 기간에 우리는 어떤 것을 배우든 놀라운 속도로 흡수하고 응용할 수 있다.


 --> 이 부분은 무조건 어릴 때 교육시켜야 된다며 '조기교육'을 옹호하는 글이 절대절대절대 아니다. 전제조건은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다. 본인의 흥미가 있을 때 배움도 빠른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10대 때 배우기 싫은 걸 억지로 배우며 공부 자체에 거의 흥미를 잃어버렸던 나와 비슷할 수많은 학생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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