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오래된, 인턴을 하던 시절 나는 우리 팀은 물론 옆 팀들과도 꽤 잘 지냈다.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거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처음에 바로 누군가와 친해지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었다. 본인 팀의 인턴보다 나를 더 잘 챙겨주던 팀들도 있었다. 대기업이라 같은 그룹에 속한다는 이유기도 하고, 오며 가며 계속 마주치니 그랬을 거다. 그러던 어느 날 옆 팀의 사원님(그 당시 내게 정직원은 다 신처럼 보였다!)이 내게 말했다.
“처음에 우리 팀 OO이랑 너를 봤을 때는 당연히 OO을 뽑아야 된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3일만 지나도 알겠더라. 누구를 뽑아야 할지. 같이 일해야 할 사람을 뽑으라고 하면 나는 무조건 너를 뽑을 거야.
처음 봤을 때 너는 좀 자신감이 좀 없어 보여. 그게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그런데 너 괜찮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처음부터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봐. 그럼 너 취직 바로 될 거야.”
'엥? 그 인턴은 성균관대를 졸업했잖아요. 그런데 내가 더 낫다고요?'
인턴인 시절이라 아직 대학생이 더 어울리던 때였다. 사회보다 아직은 대학교 위주로 생각하던 때였다. 이 회사 구성원의 최소 반은 SKY 대학 졸업자, 거의 90%는 인서울 대학 출신이었다. 나와 같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다른 부서의 팀장이셨다.
'아.. 이분이 대리도 과장도 아닌 팀장이시란다. 팀장이라 다행이다..'
그분이 낮은 직급(?)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혼자 안심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기지만.
아무튼 매일 신기하고 재미난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가끔은 내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그러던 차에 한국 최고의 대학교를 졸업해서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분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신기했다. 게다가 인턴이라 많은 일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그런 말을 하셨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고마운 말이었다.
아마 그다음부터였을까. 조금은 설쳐도 된다고 생각한 게. 나의 내향적인 본성이 어디 가지 않기에 내가 나대봤자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렇게 써보니 괜히 웃긴다.)
'내가 낸데 어쩌라고? 가 보자. 덤벼!'
‘지금 이거 해도 될까? 너무 섣부른가? 남이 뭐라고 안 할까?’
이런 고민에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때, 이제는 이름도 잊어버린 그분의 말이 가끔 떠오른다.
"자신감을 가져!"
인생 그렇게 심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무엇보다 마음이 뜨거워질 때는 일을 저지르며 살기 시작했다. 소심함과 대범함을 넘나들면서, 그리고 저지른 일을 수습하면서 실력이 늘었다.
가끔은 어떤 사람의 한 마디가 다음 발자국을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말 한마디에 그 누군가도 힘을 얻기를 바란다. 비록 언젠가 내 이름도 얼굴도 잊어버릴지라도
P.S. 사실 요즘도 매일 이 두 마음을 왔다 갔다 한다. 별 거 아닌 이 글 하나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지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