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솔직하게.
순천 워케이션에 대한 글을 두 개나 쓰려니, 좀 그렇다. ㅋㅋㅋㅋ 영화 <타짜1>의 유명한 대사인 '혓바닥이 왜 이리 길어'가 생각나지만, 그냥 그래 나는 뭐 혓바닥 긴 인간이다.
저번에는 그냥 저냥 워케이션을 보여주는 글이었다면, 이번에는 디지털노마드로서 좀 써 보고 싶었다..
사실 디지털노마드로서 정원 워케이션 컨셉에는 의문이 있다. 사실 여행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장소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호텔 로비, 모텔 방, 카페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 그런데 1박에 150,000원 하는 정원 워케이션, 글램핑으로 하루 묵고, 옆 워케이션센터에서 일하는 컨셉… 사실 거기에 뿅 가서 예약한 거긴 하지만, 막상 와 보니 물음표가 생겼다.
완전한 휴가도 아닌데 굳이 1박에 150,000원을 낸다? 그것도 순천에서? 사실 디지털노마드들은 숙박비에 많은 돈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다. 대부분은 한두 달씩 다른 도시나 나라에 가서 살면서 일하는 거라 하루에 150,000원은 좀 비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한두 달 정도의 장기여행이니까 중간중간 일도 할 수 있다 이건데, 며칠씩 짧게 여행하는 사람이 여행 시간도 빠듯한데 일까지 하라는 건가? 싶었다. 1박에 십오만원은 며칠간의 단기여행객에게는 저렴할 수 있지만, 한두 달 장기여행자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게다가 짧은 일정으로 여행한다면 깔끔하게 일 안 하고 말지 굳이 이틀 있으면서 일과 여행을 다 한다고?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나야 뭐 한 달 한국 투어 중이었으니 여기서 잠깐 일을 하긴 했다만...
사실 순천에는 더 저렴하고 좋은 펜션과 글램핑이 많다. 펜션에도 인터넷은 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갖출 수 있다. 호텔도 있다. 게다가 한국에는 깔끔하고 조용한 모텔도 정말정말 많다. 게다가 펜션과 일반 글램핑에서는 취사도 가능하다. 취사가 안 되는 글램핑이라니... 캠핑의 묘미가 사라졌다고나 할까. 물론 이해는 된다. 순천만 국가정원 안에 있기 때문에 취사를 허용하면 관리하는 데 감당이 되지 않을 거다.
그래서 호주,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한국 등에서 디지털노마드 생활을 해 본 입장에서, 솔직히 디지털노마드들이 여기 와서 일을 할까 싶었다. 국가정원 옆 글램핑에서 일도 하고 휴가도 즐기는 컨셉이라고 하지만, 저녁에 잠깐 국가정원을 돌아보고 텐트에서 잤다가 그다음날 체크아웃하거나 다시 워케이션센터에서 일하기??
디지털노마드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만든 것같아.
하다 못해 재택 근무도 안 해 본 사람이 만든 듯...
첫날 밤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각자 옆 텐트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오, 회사에서 보내준 사람들인 가봐.”
“프리랜서가 아니라 회사에서 보내준 직장인이라면 여기 오는 거 괜찮겠다. 혼자 와서 일하고 자는 건 돈 낭비 같다.”
남편이랑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체크인하면 순천패스도 주는데, 순천 관광지를 무료로 돌 수 있다. 그런데.... 여기 적히 관광지 6곳을 일도 하면서 돌아본다??? 여기 와서 일하는 사람이 일하는 것도 피곤한데 순천을 돌아볼 시간이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예전에는 1년간 유효하다 했는데 이번에는 체크아웃 날까지만 가능하도록 축소되었다. 숙박객들이 정말 이 관광지를 보여주고 싶은 걸까? 아니면 공백을 채우듯 혜택이라는 자리에 뭘 채워넣고 싶었던 걸까? 정말 워케이션 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체크아웃 후 하루 혹은 이틀은 더 주면 어떨까?
이것저것 주고 싶어서 막 주는데 막상 받는 사람이 뭐가 필요한지는 모르는 그런 느낌아닌 느낌 ㅠㅜ
디지털노마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만든 느낌이 강했다. 정원 워케이션, 일과 휴가를 결합한 이런 컨셉 자체는 흥미로워서 이번에 예약해봤지만 아마 다음에는 가지 않을 것 같다. 전라도와 충청도의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워케이션을 만든다고 하는데, 내 호기심은 이제 충분히 충족됐다. 한국에는 가성비 좋은 펜션, 호텔, 모텔이 많으니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디지털노마드 입장에서 본 것이고, 그냥 여행객 입장이라면 괜찮을 것같다. 단, 여름은 피하는 게 좋다.
‘국가정원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컨셉
저녁의 국가정원 산책
너무너무 훌륭한 조식 (별표 다섯 개 ^^)
순천패스
나쁘지 않으니까.
실제로 인터넷 후기를 보면 휴가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워케이션 컨셉은 오히려 덤처럼 보였다. (하긴 한국에서 재택근무도 힘든데 디지털노마드나 워케이션 같은 컨셉은 아직 멀지 않나..?) 그렇다면 워케이션 컨셉을 굳이 버려도 되지 않을까??? 뭐 그래도 사람들이 순천에 찾아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겠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