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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Aug 04. 2016

[덴마크] 여행은 삽질의 연속, 행복을 깨닫는 일

순탄하지 않은 첫 북유럽 입성 

코펜하겐으로 떠나기로 한 아침에도 나달 아저씨와 홍콩 여행객들은 함부르크에 하루 더 머물면서 라파반에서 파티를 하고 새벽에 열리는 어시장 경매를 같이 보자며 나를 유혹한다. 내 귀는 또 강하게 펄럭거리지만, 그래도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좋은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생각에 버스 터미널까지 가는 길, 마음이 무거워진다. 


함부르크에서 코펜하겐까지 버스로 6시간. 이 6시간의 여정 중 45분은 발틱해를 배로 건너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발틱해를 45분 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그새 눈에 익숙해진 함부르크 시내를 구경하며 가는 버스 안, 곧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다. 페리만큼이나 페리 안의 주차 공간도 엄청나다. 몇 대의 대형버스를 비롯한 모든 차가 함께 들어간다. 나름 면세구역이라 배 안에 조그만 면세점들이 있는 게 귀여웠다. 갑판으로 나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보는 발틱해와 하늘. 그렇게 또 다른 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갈 때쯤, 도착했다는 방송이 들려왔다. 타고 왔던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를 찾으러 내려갔다. 그런데 도무지 어떤 버스를 탔는지, 버스의 색조차도 기억나지 않는다. 층수를 잘못 계산했나 싶어 위층으로 올라갔다. 웬 기차만 덩그러니 있다. 타고 왔던 버스를 찾기 위해 다시 아래층으로 가봤지만 도무지 버스를 찾을 수가 없다.


 '기차가 버스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건가 봐.'

버스를 도저히 못 찾던 나는 배 안에 있던 기차를 간이 기차로 생각, 기차를 타고 자리에 앉았다. 우연히 함부르크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던 덴마크인 부부들을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됐는데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 기차가 버스까지 데려다주냐고 물어봤다.

 "뭔 소리야? 우리는 함부르크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온 건데? 버스 타고 왔으면 버스를 찾아야 돼."


아뿔싸. 이미 기차가 출발하고 있다. 이 기차를 타고 그냥 갈까 싶기도 했지만 버스에 둔 내 짐이 문제다. 기차에서 사정 설명해 가며 가까스로 내려 역으로 달려갔다. 친절한 역무원들이 알려주는 대로 버스가 지나갈 법한 길이 있는 곳으로 가니 내가 탔던 버스는 오직 나를 기다리기 위해 길가에 서 있었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을 보았나! 그날따라 왠지 버스 맨 앞좌석에 앉고 싶었는데 버스 기사님은 내가 타지 않은 걸 기억하고 있었다. 

저 버스에 타기만 하면 되는데.. 그때부터 버스를 향한 달리기가 시작됐다. 국경지대에 있는 기차역이라 출구로 가는 길은 굉장히 꼬여 있었고, 긴치마를 입고 있던 나는 치마를 걷어올리고 철조망을 넘으며 버스를 향해 달려갔다. 버스는 눈 앞에 있었지만 그 버스를 타기까지 꼬인 길을 따라 15분을 내리 달렸다. 그 사이 버스는 나를 천천히 따라왔고, 졸지에 난 버스의 모든 승객들이 감상하는 코믹 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Welcome back!"

15분 간의 코믹 드라마 후, 내가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모든 승객들이 박수를 친다. 그들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 버스에 타면서부터 계속 '쏘리'를 외치면서도, 내 자리가 맨 앞이라 빨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질 수 있음에 정말 감사를 드렸다.

사실 어렴풋이 "Stupid"라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뭐라 반박할 수가 없다... 그 순간 나는 정말 바보였으니....


나를 태운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30분도 안 되어 난 속 편히 버스 안에서 잠들었다.

덴마크 중앙역

그렇게 도착한 덴마크 중앙역. 카우치서핑 호스트에게서 집주소도 받지 않고 떠난 길이라 그냥 게스트하우스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중앙역에서 자동으로 연결된 와이파이 덕에 호스트인 엠마뉴엘에게서 집주소와 집 찾아오는 방법이 적힌 메시지를 받았다. 중앙역에 와이파이가 되는 곳은 처음이었고, 그 덕에 카우치서핑에 다시 성공하게 되다니! 그리고 


이렇게 사소한 일들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것, 처음 만나는 사람이 내게 친절을 베풀 기회를 주고(?), 그 친절에 깊이 감사할 수 있는 것. 여행 전에도 내게 분명 일어나던 일들인데 미처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다. 너무 당연한 것들이라고 착각하고 있던 것들. 여행은 그렇게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엠마뉴엘의 설명대로 메트로를 타기 위해 중앙역과 연결된 메트로역으로 갔다. 그곳에서 티켓을 사고 메트로를 타기까지 다시 30분이 걸렸다. 심한 방향치인 나는 언제나 목적지 근처까지는 쉽게 오지만 목적지 근처에 와서부터 굉장히 혼란을 느낀다. 어디 플랫폼인지 어느 방향인지... 

그렇게 겨우 잡아 탄 메트로를 타고 거의 40분은 내린 어느 역. 이미 코펜하겐 시내로부터 한참 먼 외곽이다. 그 역에서부터 엠마뉴엘의 설명대로 쭉 걸어가는 길. 이 길이 맞는지, 어디에서 왼쪽 길로 빠져야 하는지 긴장을 하고 있던 나는 얼마나 걸었는지 몰랐지만, 족히 20분은 걸어 그의 집에 도착했다.

엠마뉴엘네 정원과 집으로 연결되는 길

여기가 맞나? 이 길이 맞나 싶어 조용히 들어간 곳에선 넓은 정원과 아름다운 전원주택. 화분 밑에 숨겨놨다던 열쇠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신세계가 펼쳐져 있다. 태어나서 본 집 중 가장 넓은 집. 1층에만 방이 다섯 개. 거실도 2곳이며, 한 곳엔 해먹까지 걸려 있다. 내게 배정된 지하로 내려가는 나무계단. 흔히 영화 속에서만 보던 허름하고 음산한 지하가 아닌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지하. 지하에도 방만 세 개가 있고, 화장실, 세탁실이 따로 있다. 

아이들의 학교 캠프로 엠마뉴엘네 가족이 모두 자리를 비운 오늘. 이런 곳에서 하루를 혼자 보낼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하다. 

아침에만 해도 함부르크였고, 점심 때는 멍청한 소동을 일으켰지만, 이렇게 저녁에는 혼자서 넓은 방을 차지하며 유유자적할 수 있다니. 아무래도 난 참 운이 좋은 여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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