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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Aug 15. 2016

[덴마크] 국립박물관, 비 오는 코펜하겐

코펜하겐, 덴마크

주인 없는 집에서 편하고 아늑하게 하룻밤을 보내고 본격 코펜하겐 시내를 돌아보러 갈 시간.

가고 싶은 곳도 알아본 곳도 없이 무작정 시내로 나갔다. 함부르크에서 타고 왔던 버스가 날 내려 준 그 장소로 다시 돌아가 어디를 가 볼까 돌아다니다 눈에 띈 일본 음식점. 아시아 음식이 너무나 먹고 싶어서 앞뒤 재지 않고 바로 들어가서 돈가스를 시켜 먹었다. 오랜만에 뱃속에 쌀이 들어가서 행복했던 마음도 잠시, 말도 안 되는 가격이 적힌 계산서에 가슴이 미어진다.


일단 박물관에라도 가볼 생각으로 길에서 지도를 보며 한껏 집중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한 청년이 어디를 찾느냐고 묻는다. 잘 생긴 데다가 친절하기까지 하다니. 코펜하겐의 이미지가 더 좋아진다. ^^

그렇게 찾은 덴마크의 국립박물관은 일요일이라 입장료가 무료다. 다른 나라의 국립박물관이 그렇듯 이곳도 으레 선사시대의 유물부터 고스란히 수집, 보관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본 것 같은 돌들이 전시되어 있는 방을 지나니 이제야 유럽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왕족과 귀족의 장신구도 독특하지만 무엇보다 예전 바이킹들의 술잔을 직접 보니 그리 신기할 수가 없다. 술 마실 때 쓰기에 그리 편해 보이는 술잔은 아니지만 독특한 문양에다 가지고 다니기 편할 거 같아 보이긴 한다. 그리고 왠지 오랜 시간 술이 시원하게 지속될 것 같다.

가장 흥미롭던 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끌려갔던 사람들을 구조하는 적십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던 곳. 사람들을 구조하던 의사들, 그들을 태우고 오는 버스를 운전했던 사람들, 식량을 준비했던 사람들. 사람들의 증언에 그곳의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졌다. 구조작전을 짜고 실행해 옮기기 전까지의 과정에 쓰였던 물건이 전시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때의 급박하고 비장한 마음이 전해져 나까지 긴장되었고, 사람들이 돌아와 가족들의 품에 다시 안기는 순간에는 나까지도 같이 행복해졌다. 적십자의 이 활동 덕분에 전 유럽에서 덴마크는 나치에게 가장 적은 피해를 입었다며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우리를 위협하는 것들로부터 목숨을 걸고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특별 전시로 아시아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곳에서 한국의 기와집을 만나니 꽤 반가웠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비정상적으로 큰 눈을 부릅뜨고 있는 모델의 사진이 박힌 일본의 스티커 사진기 앞에서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이 스티커 자판기는 은근히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 같다.



 

박물관이 문 닫는 시간에 맞춰 다시 코펜하겐 시내를 정처 없이 걷다가 멀리 보이는 교회의 첨탑을 발견했다. 그 첨탑으로 올라가고 싶은 충동에 따라 지도를 휙휙 돌려서 방향을 찾아가며 찾은 교회는 The church of our savor. 

교회 첨탑 외관에 보이는 나선형은 첩탑 꼭대기로 가는 계단이었고, 실제로 사람들이 그 계단을 통해서 오르내리고 있었다. 계단이 외부에 설치되어 있는 흥미로운 곳을 올라가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도 피할 겸 안에서 교회의 예배당 안에서 경건한 마음을 잠시 가지고는 첨탑으로 올라갔다. 유럽 여행에서는 교회 덕분에 계단을 오를 일이 의외로 많다. 올라가는 계단 내부에는 창문도 없어 올라가는 길이 숨이 막힐 때도 몇 번 있지만, 교회의 꼭대기는 언제나 올라가 볼만하다. 그 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던 기독교만큼 오만하게 서 있는 교회. 그리고 그 꼭대기에서는 온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다. 360도 어느 방향으로 바라보아도 그림 같은 도시. 파리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높은 건물이 없는 도시는 평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코펜하겐에서는 따뜻한 색의 벽돌집이 많이 있어 정말 그림 같다. 색색깔의 집들과 바다가 어우러져 평화롭고 조용한 코펜하겐. 비 오는 날씨 탓도 있겠지만 한 도시의 수도답지 않게 굉장히 차분한 느낌이다.

우산도 짐스럽기에 비가 와도 그저 맞고 다니는.
그렇게 하나둘 거추장스러운 것을 줄이고 정말 필요한 것만 내 곁에 남게 되는 것. 여행.


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그래서 더 시내를 돌아다니고 싶다. 비 때문에 날씨도 춥지만, 적당히 사람이 없는, 그림 같은 집들과, 운하와 예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이 거리를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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