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CHAPTER 14 : 지킴이와 통조림 도둑

14화

by 현영강

모두가 잠든 심야였다. 우람한 진동에, 가지 속 숨죽여 있던 동물들이 놀라며 달아났다. 네 개의 커다란 바퀴가 바위를 타고 덜컹거리며 떨어질 때마다 그 아래로 숨지 못한 나무뿌리들이 아픈 소리를 냈다. 바퀴의 앞을 비추는 양 갈래의 빛이 덤불과도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자락에 파묻혀, 그 빛이 아주 미약하게 보이는 때에, 진동이 그쳐 들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피어난 것은 인공적인 노란빛이 숲의 일부분이 된 것처럼 동화되어 보이는 무렵이었다.


“씨발, 너무 깊게 주차한 거 아니야?”


뒷좌석에 누워 다리를 찢다시피 벌린 매드가 널따란 팔을 뻗으며 항의하듯 말했다. 그에 페리는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네가 운전하든가?! 내가 아직 길을 잘 모른다고 했지? 피곤하다고 내뺀 건 너야!”


강하게 나오는 페리에 매드도 물러서지 않았다. 매드는 짧게 깎은 머리에 손을 올리며 반박했다.


“썅년아, 그럴 목청 아꼈다가 노력에 힘써. 재수 좋게 지킴이가 됐다고 으스대지 말란 말이야. 민트였으면 도착하고도 남았어.”


페리는 왼손을 들어 강하게 핸들을 내리쳤다. 손목이 조금만 옆으로 틀어졌더라면 클랙슨 소리가 사방으로 번졌을 것이다. 조수석에서 둘의 다툼을 가만히 듣고 있던 키가 입을 연 것도 그 장면이었다.


“어이, 어이! 손 조심해!”


페리는 곧장 사과했다.


“죄송해요. 실수였어요.”


“변명을 하든, 사과를 하든, 하나만 하면 덧나나?”


매드가 빈정거렸다. 키가 얼음장 같은 눈으로 자신을 꼬나보자, 매드는 헛기침 하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매드는 운전석을 쏘아보며 문을 강하게 닫았다. 트럭이 순간 좌우로 뒤흔들렸다. 페리는 감정이 차오른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마음 쓰지 마. 힘쓴다는 놈들 대부분은 저랬으니까.”


“다음엔 더 잘하리라 믿어. 우리도 이만 내리지.”


“네, 죄송합니다.”


매드는 트럭 뒤에 덮인 그물을 짐승처럼 걷어 내고 있었다. 4인승 트럭, 개량, 아래를 좀 더 파낸 형태. 트럭은 여기저기 진액이 들러붙어 있었으며, 불쾌한 냄새를 풍겼다. 타이어 또한 그들과 결을 같이 하길 바라듯 공기가 적당히 충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맥이 없었다.


「내연기관 차는 시티 하층민들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그들은 따로 존재하는 남루한 전용 도로 위로 차를 올려야 했고, 행여 그 사실을 숨기고서 얼룩 없는 길 한 자리에 기름방울이라도 흘리는 날에는 가더에게 끌려가 ‘환경 보호법 교육’ 수려와 함께 위법에 따른 ‘벌금형’에 처해졌다. 다시 말해, 지킴이들이 절도를 일삼으러 나가는 곳은 시티의 중산층들이 머무는 구역이 아니었다.

―하층민들의 구역이었다.


“이봐,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 아직은 시간이 있어.”


키가 급하게 움직이는 매드에게 말했다.


“시계탑의 시간을 봤습니까?”


매드가 물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현영강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반갑습니다. 소설 쓰는 글쟁이 '현영강' 이라고 합니다.

15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3화CHAPTER 13 : 워블의 아들과 무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