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철로 위, 7살의 악수

9화 : 나는 아직도 기차 타는 것을 싫어한다

by 현영강

기차는 낭만이 아니다. 나에게는 공포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그 금속성의 마찰음. 덜컹, 덜컹. 그 소리가 심장박동과 엇박자로 섞이기 시작하면, 나는 어김없이 7살의 나로 돌아간다.


​부모님의 별거.


그 단어의 무게를 알기엔 너무 어렸지만, 상황의 공기는 본능적으로 읽었다. 나는 짐짝처럼 분류되어 이쪽에서 저쪽으로 보내져야 했다. 엄마가 있는 곳에서 아빠가 있는 곳으로. 혹은 그 반대로. ​7살짜리가 혼자 탄 기차 안. 창밖 풍경은 무심하게 뒤로 밀려나는데, 나는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울었다.


주변 어른들이 흘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 기차가 영원히 멈추지 않을까 봐, 이대로 어디론가 증발해버릴까 봐 무서웠다. ​도착한 역의 플랫폼. 그곳엔 '젊은 아빠'가 서 있었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었던, 마흔 즈음의 아버지.

기차에서 내린 나를 보며 아버지는 안아주는 대신 손을 내밀었다. 악수. 그건 7살 아들에게 건네기엔 너무 건조하고 어른스러운 인사였다. 하지만 나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버지의 크고 거친 손을 맞잡았다.


위로라기보다는,

'무사히 인계되었다'는 확인 절차 같았던 그 온기.


​그때의 나는 늘 모순덩어리였다. 갈 때는 가기 싫어서 울고, 올 때는 오기 싫어서 울었다. 엄마 곁을 떠나는 게 죄스러웠고, 아빠 곁을 떠나는 게 미안했다.


철로 위를 달리는 내내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었다. 이쪽 집도, 저쪽 집도 온전히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불안함.​그 트라우마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성인이 된 나를 괴롭힌다.


나는 지금도 기차를 타면 속이 울렁거린다. 그 좁은 의자에 앉아 있으면, 당장이라도 7살의 그날처럼 혼자 남겨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끔 생각한다.


그때 플랫폼에 서 있던 젊은 아버지는 무슨 마음으로 내 손을 잡고 흔들었을까. 울고 있는 아들을 보며 그는 어떤 무력감을 느꼈을까. ​기차는 여전히 달린다.


나는 이제 혼자서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어른이 되었지만, 내 마음속 7살 꼬마는 아직도 그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울고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도,

누구도 마중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은 두려움을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