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과 자퇴와 목에 걸린 김밥

8화 : 도서관의 노예

by 현영강

​"너 공무원 안 할 거라며?"


"응."


"그럼 행정학과는 왜 왔어?"


​교수의 그 한마디가 방아쇠였다.
대학 입학 일주일 만이었다.
강의실 공기부터가 나랑 안 맞았다.


안정적인 미래, 철밥통, 연금. 교수님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이 내겐 수면제 같았다. 나는 그길로 학과 사무실에 가서 자퇴서를 냈다. 등록금이 아까웠지만, 내 청춘을 낭비하는 건 더 아까웠으니까.

​나는 안정 대신 불안을 택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낮에는 카페 알바. 커피 찌꺼기 냄새가 옷에 밸 때까지 샷을 내리고, 진상 손님에게 가짜 미소를 팔았다.
그리고 마감 청소를 끝내자마자 미친 듯이 뛰었다.

행선지는 도서관.


​나만의 철칙이 있었다.
'하루에 책 한 권은 무조건 읽는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학교를 뛰쳐나왔으니, 활자라도 머릿속에 쑤셔 넣어야 했다. 그건 공부가 아니라 생존 본능이었다. 남들이 토익 단어를 외울 때, 나는 소설 속 문장들을 씹어 먹었다. ​저녁은 도서관 휴게실 구석에서 김밥 한 줄. 시간은 없고, 책은 읽어야겠고, 배는 고파서 김밥을 허겁지겁 밀어 넣었다. 단단하게 굳은 밥알이 식도를 긁으며 내려가다 턱, 하고 걸렸다.


​"컥... 켁..."


​명치끝이 꽉 막혀 오는데, 눈앞이 노래졌다. 물을 마셔도 내려가지 않는 그 답답함. 등을 두드려줄 사람도 없었다. 혼자 가슴을 퍽퍽 치며 도서관 화장실로 뛰어갔다. ​거울 속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남자가 있었다. 대학교 자퇴하고, 알바비로 근근이 살며, 김밥 하나 제대로 못 삼켜서 켁켁거리는 꼴이라니. ​비참했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 와중에 머릿속에 문장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이 김밥이 내려가면, 이 꽉 막힌 속이 뚫리면, 그때는 진짜 죽여주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는 기어코 그 김밥을 소화해 냈다. 체증이 내려간 자리에 다시 허기가 돌았다. 나는 다시 열람실로 들어갔다. ​그날 읽은 책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 목구멍에 걸렸던 그 밥알의 감촉은 아직도 생생하다. ​공무원증 대신 도서관 대출증을 목에 걸었던 시절.


체한 김밥을 두드리며

나는 그렇게 작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음... 스물이죠?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