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교감신경 항진증, 그리고 신이 내린 형벌이자 재능
내 몸에는 '끄기(OFF)' 버튼이 없다. 정확한 병명은 '교감신경 항진증'. 남들은 위기 상황에서나 켜지는 비상 스위치가, 나는 24시간 눌려 있는 상태다. 가만히 있어도 심장은 100미터 전력 질주를 한 것처럼 뛰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며, 신경은 바늘처럼 곤두서 있다.
의사는 스트레스나 환경적 요인을 말하지만, 나는 안다. 이 고장 난 엔진의 시동이 언제 처음 걸렸는지를.
7살, 그 덜컹거리는 기차 안. 부모의 별거로 인해 혼자 태워졌던 그 흔들리는 철로 위에서, 어린 나는 생존하기 위해 온 감각을 열어야 했다. 언제 버려질지 모른다는 공포. 창밖으로 지나가는 낯선 풍경들. 그때 내 뇌는 명령했을 것이다.
"긴장해. 잠들지 마. 방심하면 너는 혼자가 돼."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지독하게 소심한 아이로 자랐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작은 소음, 타인의 사소한 표정 변화에도 내 심장은 폭발할 듯이 반응했다. 세상은 내게 너무 시끄럽고 자극적인 곳이었다. 성인이 된 후, 부모님은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때는 우리도 너무 어렸어. 네가 그렇게 상처받을 줄 몰랐어." 그 늦은 반성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용서와 몸의 기억은 별개의 문제다. 사과는 감정을 녹일 수는 있어도, 이미 과부하로 타버린 신경 회로를 복구해주진 못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약을 먹는다. 이 알약이 없으면 내 심장은 제멋대로 과속을 하다가 튀어나갈지도 모르니까.
가끔은 신을 원망했다. 왜 나를 이렇게 불량품으로 만들었냐고. 왜 평온한 일상을 즐기지 못하고, 늘 쫓기는 짐승처럼 불안에 떨게 만들었냐고. 그런데 약 기운에 취해 글을 쓰다가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이건, 신이 내게 '글쟁이'가 되라고 심어놓은 저주이자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작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껴야 하는 족속이다. 나의 이 예민한 신경은, 남들보다 세상의 고통을 10배, 100배 더 선명하게 감지한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할 때마다 나는 펜을 잡는다. 그렇게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이 과열된 엔진이 나를 태워버릴 테니까.
나의 소설 속 인물들이 처절하게 구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의 신경이 그 처절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내 병을 이겨내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연료로 쓴다. 약으로 심장을 누르고, 글로 불안을 태운다. 오늘도 내 심장은 고장 난 엔진처럼 굉음을 낸다.
덕분에 나는 쓴다. 미친 듯이, 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