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의 연기(煙氣)와 나의 찐내

20화 : 아이코스, 그 비겁한 타협에 관하여

by 현영강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생각하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그의 사진을 보면 열에 아홉은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 헤밍웨이의 시가, 오웰의 궐련. 과거의 대문호들은 희뿌연 연기 속에서 걸작을 낚아 올렸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아니다. 그냥 피웠다.

그러나, 글이 막힐 때마다, 문장이 꼬일 때마다 태우는 담배 한 개비가 나를 구원해 줄 거라 믿었다.

그것이 작가의 루틴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카뮈가 아니다. 그저 방구석에서 니코틴에 절어가는, 폐활량 부족한 30대 남자일 뿐. 비흡연자들의 따가운 눈초리, 옷에 밴 쩐내, 그리고 결정적으로 치솟는 담뱃값.


나 따위는 대문호의 흉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아이코스다.


이른바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입장에서 이것은 혁명이다.
재가 날리지 않는다. 라이터가 필요 없다.

손에서 똥냄새가 나지 않는다.


"나 이제 연초 끊었어."


비겁한 명분이 생긴다.

​하지만 비흡연자 입장에서,

이것은 그저 다른 종류의 악취일뿐이다.


그네들은 말한다.


"차라리 연초를 피워. 그건 담배 냄새라도 나지, 이건 무슨 썩은 옥수수 찌는 냄새가 나냐?"


​맞다. 아이코스에선 찐내가 난다. 구수한 듯 비릿하고, 따뜻한 듯 역한 냄새. 그것은 마치, 담배도 아니고 금연도 아닌, 어정쩡한 내 글쓰기 상태와 닮았다.

화끈하게 타오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깨끗하게 비워내지도 못하는 미지근한 타협. ​지금도 내 책상 위에는 아이코스 충전기가 껌벅거린다. ​스틱을 꽂는다. 버튼을 누른다. 진동이 온다. 한 모금 들이마신다.


목구멍을 탁 치는 타격감은 연초보다 덜하지만,

아쉬운 대로 니코틴이 뇌를 때린다.
​나는 하얀 증기를 뱉어낸다.


카뮈의 연기처럼 묵직하게 퍼 수 없다.
그저 힘없이 흩어지는 수증기일 뿐이다.



금연이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