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마포까지, 왕복 600km의 자기소개서

21화 : 한국소설가협회 정기총회 가는 길

by 현영강

나는 대구에 산다. 소설가협회 정기총회는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다. 시간은 오후 3시. 이 세 가지 문장을 조합하면 비극, 아니 코미디가 탄생한다.


고작 3분 남짓한(아니, 제발 1분 안에 끝났으면 좋겠는) 자기소개를 위해 왕복 600km를 이동해야 하는, 이 비효율적이고도 낭만 없는 동선.


솔직히 말하자면, 안 가려고 했다. 방구석에 박혀 글이나 쓰는 게 내 본분이지, 대낮에 양복 입은 사람들 틈에 껴서 박수나 치고 있는 건 영 체질에 안 맞으니까. 게다가 나는 교감신경 항진증 환자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은 나에게 거대한 산소 부족 탱크나 다름없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부이사장님'에게서 문자가 온 것이다. 단체 문자가 아니었다. 내 이름 석 자가 박힌, 아주 친절하고도 무시무시한 독촉장(?)


솔직히 무섭다. 아니, 부끄럽다! ㅠㅡㅠ

그러나, 너무나 가고 싶다.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 KTX에 몸을 싣고 있다.

창밖으로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문제는 가는 게 다가 아니다.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


세상에. 글 쓰는 사람이 말로 자기를 소개해야 한다니.

이건 마치 요리사에게, "말로 음식 맛을 보여주세요." 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나는 글로 나를 설명하려고 작가가 된 사람이다. 말주변이 없어서, 말로는 도저히 내 복잡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어서, 텍스트 뒤에 숨은 사람...


벌써부터 심장이 뛴다. 약을 먹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마이크를 잡으면 분명 염소 소리를 낼 테고, 머릿속은 하얘질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대구에서 온... 현영강입니다... 어... 책은... 벽돌 같은 걸 썼고요..."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른다. 차라리 "제 소설 한 페이지를 읽어드릴게요" 하고, 낭독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도 오글거려서 못 하겠다.


장소는 마포구청 대강당. 그 낯선 공간에서 나는 또 얼마나 뚝딱거릴까. 기라성 같은 선배 작가들 앞에서 나는 얼마나 작아 보일까.




밥, 맛있게 먹자! 술은 사절! 울고 싶다. 으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