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설의 뼈대는 '깨진 컵'에서 나온다.

29화 : 거창한 영감이 아니라, 사소한 관찰의 기록들

by 현영강

​"작가님,

그런 스토리는 도대체 어떻게 짜시는 거예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들은 내가 샤워하다가 "유레카!"를 외치거나, 꿈속에서 신비한 노인을 만나 계시라도 받는 줄 안다. 미안하지만, 내 창작의 원천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나는 관찰한다.


그것도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내 책상 서랍에는 낡은 관찰 노트들이 쌓여 있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대단한 플롯이나 명대사가 적혀 있는 게 아니니까. ​스타벅스 2층, 창가 자리 테이블 모서리의 깊게 파인 칼자국. ​지하철 맞은편 남자의 구두, 왼쪽 뒤축만 심하게 닳아 있다. ​엘리베이터 버튼, '닫힘' 버튼만 칠이 벗겨져서 반들거린다.


"​이런 소설이랑 무슨 상관이?" 라고 묻겠지만, 나에게 이 사소함은 이야기의 씨앗이자 핵심이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만, 사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테이블의 칼자국은 누군가의 불안이나 분노를 증명한다. 닳아빠진 구두 뒤축은 그 남자의 걸음걸이와 척추 건강, 나아가 그의 고단한 노동을 암시한다.


반들거리는 닫힘 버튼은 한국 사회의 '빨리빨리' 강박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물증이다. ​나는 이 사소한 단서들을 주워 담아 이야기를 엮는다.


'왜 저 컵은 이가 나갔을까?'라는 질문 하나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부부 싸움이 되고, 이혼이 되고, 결국엔 살인 사건이 된다. (내 소설이 좀 그렇다.)


​거대한 서사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독자가 "와, 이거 진짜 같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주인공이 우주를 구원할 때가 아니라 '양말에 난 구멍 때문에 부끄러워 발가락을 오므리는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뚫어져라 쳐다본다. 길가에 버려진 우산, 카페 파트너의 앞치마에 묻은 커피 자국, 내 손목시계의 흠집. ​이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이 내게 말을 건다.


"야, 나 좀 봐봐. 나한테 사연이 좀 있거든."


​그때 나는 노트를 편다. 내 소설의 첫 문장은, 언제나 그 사소함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혹시 내가 카페에서 당신의 가방이나 신발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더라도 오해하지 마시길!




나는 지금 당신을 훔쳐보는 게 아니라, 당신의 물건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적고 있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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