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그대는 물고기인가
"물고기가 되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미끼를 물면, 나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지만 목숨을 잃고, 미끼를 물지 않으면, 어둠 속에 갇힌 채로 숨만 쉬며 사는."
모니터 앞에 앉아 껌벅이는 커서를 보고 있자면, 내가 꼭 물속에 잠긴 기분이 든다. 그것도 아주 깊고 차가운,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심해(深海).
이곳은 안전하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고,
아무도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
나는 이 어둠 속에서 내 멋대로 유영하며,
내 멋대로 문장을 뱉어낸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완벽한 자유.
하지만 그건 동시에 완벽한 고립이다.
저 위쪽, 수면 근처에서는 가끔 맛있는 냄새가 내려온다.
'미끼'다.
그 미끼의 이름은 다양하다. 베스트셀러 랭킹, 조회수 대박, 알고리즘의 간택, 혹은 "작가님 천재세요."라는 달콤한 찬사.
그것들은 형형색색의 루어처럼 반짝이며
나를 유혹한다.
"올라와. 여기 물 밖은 환하고 따뜻해. 네가 쓴 글, 세상 사람들이 다 읽게 해줄게."
본능이 꿈틀거린다.
아가미를 벌떡이며 위로 치솟고 싶다.
저 미끼를 덥석 물어버리고 싶다.
그래서 이 캄캄한 방구석을 탈출해, 세상이라는 도마 위에 화려하게 오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미끼를 무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나'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낚싯바늘은 내 입천장을 뚫고 나를 강제로 끌어올릴 것이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에게 기다리는 건 환호성이 아니라 '질식'이다.
내가 쓴 글이 내 의도와 다르게 난도질당하고, 나의 사생활이 횟감처럼 썰려나가고, 결국은 뼈만 남은 채 매운탕 거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관심은 곧 감시가 되고, 기대는 곧 족쇄가 된다.
그게 무서워서 나는 다시 지느러미를 돌린다.
어둠 속으로.
이 깊은 수심으로 도망친다.
그런데, 이 어둠도 지옥이긴 매한가지다.
미끼를 물지 않은 물고기는 안전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은,
아무도 듣지 못한 비명은 소리가 아니다.
그저 뻐끔거리는 공기방울일 뿐.
숨만 쉬며 사는 삶.
그게 과연 살아있는 것인가?
아니면 서서히 부패해가는 것인가?
오늘도 나는 딜레마의 수조 안을 뱅뱅 돈다.
배는 고픈데, 낚이기는 싫다.
유명해지고 싶은데, 숨고 싶다.
결국 나는 또다시 낚싯줄 근처를 기웃거린다.
미끼를 물지는 못한 채, 그 주변만 맴돌며 냄새를 맡는다. 이 비겁하고도 처절한 눈치싸움.
언젠가 나도 저 미끼를 물게 될까?
아니면 이 어둠 속에서 거대한 심해어가 되어, 홀로 전설처럼 늙어갈까? 모르겠다. 확실한 건,나는 지금도 아가미를 헐떡이며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사실뿐.
미끼를 물든, 굶어 죽든.
일단은 헤엄쳐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