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집을 버리고 카페인을 수혈하러 가는 이유
새벽의 기상은 부지런함이
아니라 '구조 신호'에 가깝다.
온돌매트라는 거대한 중력이 나를 끌어당긴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무엇보다 아무런 책임이 없는 이 네모난 매트 위가 내 세상의 전부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일어난다.
좀비처럼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얼굴을 때리고, 옷을 주워 입는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다.
스타벅스.
누군가는 묻는다.
"집에서 쓰면 되잖아. 돈 아깝게 왜 나가?"
그들은 모른다. 집은 소설가에게 '작업실'이 아니라 '유혹의 소굴'이라는 사실을. 집에는 눕고 싶은 침대가 있고, 열어보고 싶은 냉장고가 있고, 멍하니 보게 되는 TV가 있다. 그곳에서 나는 '글을 쓰는 자'가 아니라 '글을 미루는 자'가 된다.
그래서 나는 도망친다.
아침 7시,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도착한 스타벅스는 나에게 '방공호'다. 나태라는 폭격, 잡념이라는 공습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피신처. 문을 열면 훅 끼쳐오는 원두 탄 냄새. 그라인더가 갈리는 소음. 스팀 노즐이 뿜어내는 치이익 소리.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인위적인 소음 속에 들어와야 비로소 고요해진다.
내 귀를 괴롭히던 이명(耳鳴)도, 머릿속을 맴돌던 불안도, 이 거대한 백색소음 속에 섞여 흐릿해진다.
나는 중앙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그리고 커피를 수혈한다. 이건 음료가 아니다.
멈춰있는 뇌세포를
강제로 발로 차서 깨우는 시커먼 연료다.
이 시간의 스타벅스엔 묘한 동질감이 흐른다. 출근 전 영어 단어를 외우는 직장인, 반쯤 감긴 눈으로 전공 서적을 펴는 대학생, 그리고 나처럼 뜬눈으로 무언가를 짓기 위해 나온 사람들.
우리는 서로 인사하지 않는다.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모니터와 책을 방패 삼아, 오늘 하루라는 전장(戰場)을 준비할 뿐이다. 집에 있었다면 나는 지금쯤 다시 잠들었거나, 유튜브 쇼츠나 넘기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타인의 시선이 존재하고 커피머신이 돌아가는 이곳에서 나는 '소설가 현영강'이 된다.
흰 화면의 커서가 깜빡인다.
"자, 이제 밥값 해야지."
나를 비웃는 것 같다.
나는 쓴다.
쓰지 않으면 이 커피값이,
이 아침의 부지런함이 촌극이 되니까.
고작 커피 한 잔 마시러 온 게 아니라, 내 하루의 주도권을 잡으러 온 것이니까. 오전 7시.
세상이 기지개를 켤 때, 나는 이미 달리기 시작했다.
이곳 스타벅스 중앙 자리, 내 작은 영토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