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검색 기록이 압수수색 당한다면

13화 : 미스터리 소설가의 위험한

by 현영강

지금 당장 현관문이 부서져라 쾅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경찰 특공대가 들이닥쳐 내 노트북을 압수수색한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변호사를 선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될 것이 분명하다. 혐의는 '테러 모의' 혹은 '연쇄 살인 미수'. 내 포털 사이트 검색 기록과 유튜브 시청 목록이 그 빼도 박도 못할 증거다.


'청산가리 치사량', '인체 급소 위치',

'시체 유기 후 냄새 제거', '지문 남기지 않는 법', '완전범죄 성립 조건', '차량 전복 사고 조작'.


판사님, 저는 억울합니다. 이건 범죄 계획서가 아니라, 그저 마감에 쫓기는 어느 소설가의 치열한 취재 수첩일 뿐입니다. 주인공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데, 기왕이면 독자들의 뒤통수를 칠 만큼 기발하고 리얼하게 보내드려야 하니까.


"에이, 작가 양반, 여기서 갑자기 독살은 너무 뻔하잖아?"


이런 댓글을 받지 않기 위해, 나는 밤새도록 독극물의 화학식을 외우고 법의학 서적을 뒤적이며 가장 완벽한 살인 시나리오를 짠다. 문제는 내 일상이 이 검색어들과 심각하게 괴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모니터 속의 나는 수십 명을 암매장하고, 수백 억을 횡령하고, 경찰 조직을 비웃으며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냉혈한이다. 실상의 나는 어떤가. 주차 위반 딱지 하나에 손을 벌벌 떨며 구청에 전화를 걸어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읍소하는 소심한 소시민이다.


밤에 화장실을 가다가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라도 마주치면, 비명을 지르며 에프킬라를 난사하고는 문을 닫고 도망치는 쫄보가 바로 나다. 방금 전까지 '잔혹하게 토막 내는 법'을 검색하던 손가락으로 벌레 하나 못 죽여서 벌벌 떠는 이 아이러니.


이 직업병이 빚어내는 촌극은 집 밖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스타벅스 탁상 자리는 내 작업실이자 동시에 가장 위험한 공개 처형장이다. 한 번은 커피를 마시며 '경동맥을 찔렀을 때 피가 튀는 비거리'에 대해 진지하게 메모를 하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대학생이 내 모니터를 힐끗 보더니, 사색이 되어 주섬주섬 짐을 챙겨 도망가는 게 아닌가. (농담이다.)


나는 억울했다. 저기요, 학생. 신고하지 마세요.


더 웃긴 건 인터넷 알고리즘의 태도다. 유튜브나 쇼핑몰 추천 목록을 켜면 가관이다. 남들은 '신상 운동화', '맛집 추천', '여행 브이로그'가 뜬다는데, 내 추천 목록에는 '사시미 칼 최저가', '대용량 락스', '특수 청소 업체의 하루' 같은 영상이 즐비하다.


AI가 보기에 나는 영락없는 킬러 지망생이거나, 어둠의 세계에 몸담은 청소부인 모양이다. 이 똑똑하고 멍청한 알고리즘에게 소설가라는 직업 코드를 입력해 줄 수도 없고, 그저 묵묵히 '관심 없음' 버튼을 누를 뿐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나는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분리수거 요일을 철저히 지키며, 무단횡단조차 하지 않는 준법 정신 투철한 시민이다. 다만 내 머릿속에 가상의 공동묘지가 하나 들어서 있고, 그곳에 묻힌 시체가 꽤 많을 뿐이다.


오늘도 나는 범죄를 저지른다. 물론 워드 프로세서 안에서, 깜빡이는 커서 위에서만. 그러니 경찰관님,


혹시라도 제 IP를 추적 중이시라면 안심하고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저는 아주 무해하고, 생각보다 겁이 많은, 생계형 살인마니까요.




아마도! 하하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