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방향

14화 : 방향치(方向癡)의 성실함

by 현영강

어머니의 책상 서랍 깊은 곳에는

빛바랜 자격증 하나가 잠들어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 연월일 2003년.


​그해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어머니는 젊었다.


당시 그 시험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합격률이 얼마나 낮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어머니가 그 어려운 걸 해냈다는 사실과, 그 종이 한 장이 어머니의 인생을 '부동산'이라는 궤도로 완전히 틀어버렸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 궤도가 어머니란 사람의 본질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이란 무엇인가. 없는 말도 지어내서 혹하게 만들고, 남의 주머니를 열게 하고, 때로는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밀당을 해야 하는, 그야말로 '야생의 영업' 아닌가.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거짓말을 못 한다.

남에게 싫은 소리도 못 한다.


손님이 "좀 비싸네요." 하면 "그렇죠? 제가 봐도 비싸요."라고 맞장구를 치는 사람이다.


​방향이 틀렸다. 처음부터 그랬다. 어머니는 장사꾼이 아니라, 학자나 사서가 되었어야 했다. 어머니는 '성실함' 하나로 그 적성의 간극을 메우려 했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다. 사무실을 쓸고 닦고, 지도를 외웠다. 그러나 슬프게도, 잘못된 방향으로의 전력 질주는 결승점이 아니라 막다른 골목으로 우리를 데려갈 뿐이다.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도장을 찍기 직전까지 갔다가도, 어머니의 그 지나친 솔직함 때문에, 혹은 모질지 못한 성정 때문에 손님은 등을 돌렸다.


"사장님은 너무 착해서 탈이야."

그 말은 칭찬이 아니라,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왔다.


가뜩이나 위태롭던 어머니의 사무실은 완벽한 고요 속에 잠겼다. 사람들은 문을 열지 않았고,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올렸다. 어머니의 자격증은 이제 훈장이 아니라, 면허증이 되어버렸다.


​나는 가끔 텅 빈 사무실에 앉아 있는 어머니를 본다.
전화벨 한 번 울리지 않는 그곳에서, 어머니는 여전히 성실하게 자리를 지킨다. 그 미련할 정도의 꾸준함이


나는 가끔 화가 나고, 가끔은 목이 멘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들 한다.

그 명언이 우리 어머니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증명이다.
20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렸으나, 단 한 번도 목적지에 닿지 못한 마라톤.


​"그만두는 게 어때?"

내 말에 어머니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한 건만."

​그놈의 매몰 비용.


어머니는 오늘도 20년 전의 영광인 그 자격증을 품고, 잘못된 방향을 향해 신발 끈을 묶는다.




나는 그 뒷모습에 대고 차마 '틀렸다'고 말할 수 없어,

그저 묵묵히...

묵묵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