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 미생(未生)이 미생에게 건네는 처방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니, 솔직해지자. 그 생각은 불청객이 아니라 내 집 안방을 차지하고 앉은 세입자처럼 익숙하다.
숨 쉬는 게 노동이고, 눈 뜨는 게 형벌 같은 날들. 완생(完生)이 되고 싶어서 발버둥 쳤지만, 돌아보니 나는 여전히 엉성한 초고(草稿)일 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탈고(脫稿)하기 전까진 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원고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 것을.
그래서 써 봤습니다!!!
오늘 하루,
내 손목을 긋지 않고,
내일 눈을 뜨기 위한 30가지의 규칙들!!!
1.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밥을 먹어라.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뇌는 비관적으로 변한다. 일단 씹고 삼켜라. 죽는 건 배부른 뒤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
2. 잠은 죽어서 자는 게 아니다.
잠을 못 자면 미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라. 잠든 시간 동안은 고통도 멈춘다. 가장 가성비 좋은 마취제다.
3. 약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다리가 부러지면 깁스를 하면서, 뇌 호르몬이 고장 났는데 왜 의지로 버티려 하는가. 병원 가서 약 받아라. 그건 '약함'이 아니라 '현명함'이다.
4. 샤워를 해라.
죽고 싶을 땐 씻는 것도 귀찮다. 하지만 뜨거운 물을 정수리에 맞고 있으면, 적어도 그 10분간은 '따뜻하다.'는 감각만 남는다.
5. 햇빛은 공짜 항우울제다.
광합성 하는 식물처럼 10분만 벤치에 앉아 있어라.
6. 타인의 SNS를 보지 마라.
거긴 편집된 하이라이트 영상만 상영하는 극장이다. 당신의 NG 장면과 그들의 예고편을 비교하며 자해하지 마라.
7. 가족도 남이다.
DNA를 공유했다고 해서 내 고통까지 공유할 순 없다. 이해받으려 애쓰지 마라.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8. 싫은 사람과는 손절해라.
인맥 관리? 내 멘탈 관리보다 중요한 건 없다. 나를 갉아먹는 인간은 가차 없이 차단 목록에 넣어라.
9. "힘내!!!"라는 말에 상처받지 마라.
그건 "안녕하세요" 같은 인사치레다. 그들은 당신이 힘을 낼 수 없는 상태라는 걸 모른다.
10. 완벽주의를 버려라.
우리는 신이 아니다. 대충 해라. 망치면 어떠냐. 다음 페이지에 다시 쓰면 된다.
11. 작은 사치를 부려라.
스타벅스 커피 한 잔, 편의점 수입 맥주 4캔. 만 원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있다면 기꺼이 지불해라.
12.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라.
뇌도 휴식이 필요하다. 불멍, 물멍, 아니면 천장 벽지 무늬 멍이라도.
13. 과거를 반추하지 마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닦아내거나 증발하길 기다려라. 그걸 다시 주워 담으려다 손만 베인다.
14.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마라.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오늘을 망치는 건, 받지도 않은 대출 이자를 미리 내는 멍청한 짓이다.
15. 오늘 하루만 살아라.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으면 숨 막힌다. 그냥 "오늘 자기 전까지만 버티자."고 생각해라. 인생은 '오늘'의 반복 재생이다.
16. 청소를 해라.
내 방 꼴이 내 마음 꼴이다. 쓰레기통만 비워도 숨통이 트인다.
17. 취미를 가져라.
생산적이지 않아도 된다. 게임, 웹툰, 넷플릭스. 현실을 도피할 수 있는 구멍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18. 남 눈치 보지 마라.
그들은 생각보다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19. 거절하는 법을 배워라.
"아니요.", "못해요.", "싫어요."
처음이 어렵지 하다 보면 세상 편한 단어들이다.
20. 나를 용서해라.
실수 좀 할 수 있다. 찌질할 수도 있다. 남들은 다 용서하면서 왜 나한테만 가혹하게 구나.
21. 글을 써라.
욕이라도 좋고, 유서라도 좋다. 배설하듯 쏟아내라. 활자가 된 고통은 생각보다 힘이 약하다.
22. 걷기라도 해라.
몸을 움직이면 잡생각이 발바닥으로 빠져나간다.
23. 기대치를 낮춰라.
오늘의 목표 : 숨쉬기 : 달성했으면 성공한 거다.
24. 비교하지 마라.
비교는 불행으로 가는 급행열차 티켓이다.
25. 펑펑 울어라.
눈물은 마음의 독소를 배출하는 행위다. 쪽팔릴 거 없다. 실컷 울고 나면 배가 고파질 것이다.
26. 도움을 청해라.
혼자 끙끙 앓다가 썩어 문드러진다. 친구든, 의사든, 상담사든, 아니면 익명의 게시판이든. "나 힘들다."고 말해라.
27. 의미를 찾지 마라.
삶에 대단한 의미 같은 건 없다.
그냥 태어난 김에 사는 거다.
28. 가끔은 이기적이어도 된다.
내가 살아야 남도 챙긴다.
29. 자살을 미뤄라.
죽고 싶은 충동은 파도처럼 왔다 간다. 딱 10분만, 딱 하루만 미뤄보자. 내일 먹을 치킨이 맛있을 수도 있으니까.
30.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
지금껏 그 지옥 같은 시간들을
버티고 살아남지 않았나.
당신은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다.
완생(完生)은 없다.
우리는 죽는 그 순간까지
미생(未生)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 완성하려 애쓰지 말고, 그냥 견디자.
당신의 오늘이 비록 흑백일지라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진
영화는 끝난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