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서 썩어가는 발

9화 : 동경과 객사

by 현영강

​인생은 B와 D 사이의 C(Choice)다.



샤르트르가 남긴 이 명언은 너무 유명해서 식상하다.
하지만 식상한 진리일수록 우리가 가장 못 지키는 법이다.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서 멈춰 선다.


왼쪽 길은 안전해 보이지만 지루할 것 같고, 오른쪽 길은 화려해 보이지만 낭떠러지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계산기를 두드린다.


어느 쪽이 손해를 덜 볼까. 어느 쪽이 가성비가 좋을까.
그렇게 신중함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유부단함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내가 장담한다.
가장 최악의 선택은 왼쪽도 오른쪽도 아니다.


그 갈래길 한가운데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민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가장 비참하게 낭비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선택 장애?
아니다. 그건 욕심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지려 하고,

단 하나의 오점도 남기지 않으려는 오만이다.


당신은 실패가 두려운 게 아니라,

'더 좋은 것을 놓칠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 미련 때문에 당신의 발은 아스팔트 위에서 서서히 굳어간다. 망부석처럼.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이 소재를 쓸까, 저 소재를 쓸까.
1인칭으로 갈까, 3인칭으로 갈까.


로맨스를 섞을까, 스릴러로만 갈까.
그 고민을 하느라 며칠 밤을 새운다.


그러는 동안 모니터는 여전히 백지다. ​명심해라.
쓰레기 같은 초고가 머릿속의 완벽한 걸작보다 낫다.
일단 선택했으면 뒤를 돌아보지 말고 질러라.




가다가 길이 막히면?
돌아오면 된다. 아니면 벽을 뚫고 지나가든가.
그 과정에서 생기는 근육이 당신을 작가로 만든다.
고민만 하다가 늙어 죽은 천재는 기억해주지 않는다.


​세상에 정답인 길은 없다.
당신이 걷는 순간 그곳이 길이 되는 것이다.
왼쪽 길로 갔어도 당신은 후회했을 것이고, 오른쪽 길로 갔어도 당신은 아쉬워했을 것이다.


인간은 원래 가지 않은 길을

동경하게 설계되어 있으니까.


​그러니 허우적대지 마라.
동전을 던져서라도 결정해라.


앞면이 나오든 뒷면이 나오든, 동전이 공중에 떠 있는 그 순간 당신은 이미 마음속으로 바라는 쪽을 알고 있다.




​발을 떼라.



진흙탕을 밟든, 지뢰를 밟든, 일단 밟아야 다음이 있다.
기로에 서서 고민만 하다가 발에 곰팡이가 피는 것보다는, 차라리 걷다가 넘어지는 편이 훨씬 인간적이다.


​틀려도 괜찮다.
수정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은 것은 수정조차 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선택해라.


그리고 미친 듯이 걸어라.




당신의 인생은 고민하는 시간이 아니라,

움직이는 시간에 비례해서 흘러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