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카페인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작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담배는 일부러 뺐다.)
그들은 너무 제정신이다.
맨정신으로 쓸 수 있는 글은 일기나 가계부 정도다. 소설이라는, 혹은 에세이라는 허구의 세계를 축조하려면 뇌를 인위적으로 각성시켜야 한다.
현실의 나른함을 찢고,
감각을 예민하게 벼려야 비로소 문장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나는 마신다.
하루에 서너 잔, 식도 끝까지 찰랑거릴 때까지.
그것은 내게 음료가 아니라 연료다.
멈춰버린 뇌의 엔진을 강제로 돌리는 스타터다.
카페인의 장점은 명확하다.
집중력의 밀도를 높여준다.
커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면, 흐릿하던 세상의 윤곽이 선명해진다. 잡념이 사라지고 오직 모니터 속의 커서와 나, 단둘만 남는 진공 상태가 만들어진다.
그때의 몰입감은 마약과도 같다. (할 생각 없다.)
손가락이 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문장이 문장을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그 질주감. 그 쾌감 때문에 위장이 쓰려도 다시 커피 잔을 든다.
다만 한 가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검은 물의 대출 이자는 악랄할 정도로 비싸다.
단점은 치명적이다.
불안을 증폭시킨다.
나처럼 교감신경 항진증이 있는 사람에게
고카페인은 쥐약이다.
심장은 필요 이상으로 쿵쾅거리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린다. 글을 쓰다가 문득 찾아오는 이유 모를 공포, 누군가 쫓아오는 듯한 조급함. 이 모든 것이 카페인이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폐해는
'내일의 에너지를 미리 당겨 쓴다'는 점이다.
우리는 에너지가 생성되는 게 아니다. 내일 쓸 체력, 모레 쓸 집중력을 오늘로 가불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밤이 되면 우리는 껍데기만 남은 채 방전된다.
불면증은 덤이다.
뇌는 깨어 있는데 몸은 천근만근인,
그 끔찍한 괴리감 속에서 뒤척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권한다.
마시기를.
심장이 터질 것 같아도, 손이 떨려 오타가 나도 마셔라.
작가는 평온한 상태에서는 결코 명문을 쓸 수 없다.
신경줄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감각이 곤두서서 베일 것 같은 그 위태로운 상태. 그 절벽 끝에서만 피어나는 꽃이 있다. 안정적인 허브차를 마시며 쓴 글은 편안해서 졸리지만, 독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쓴 글은 독자를 잠 못 들게 한다.
건강?
오래 살고 싶다면 펜을 꺾고 운동장에 나가라.
하지만 짧고 굵게,
누군가의 심장에 박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기꺼이 이 검은 악마와 계약해라.
위장은 좀 쓰리겠지만.
이것은 수혈이다.
식어가는 열정에 붓는 뜨거운 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