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기차역의 공습경보

2화 : 나는 그때부터 전시(戰時) 상황이었다.

by 현영강

내 교감신경의 브레이크가 언제 고장 났는지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7살이라고 답한다. 의학적 진단은 성인이 되어 받았지만, 내 몸의 전쟁은 그해 겨울 기차역에서 시작되었다.



부모님이 갈라서던 날이었다.

기차역 대합실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내 귀에는 오직 아버지의 고성만 들렸다.



그건 대화가 아니었다. 폭격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화살처럼 꽂히는데도 아버지는 멈추지 않았다. 그 높고 날카로운 언성,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그 소리가, 어린 내 고막을 찢고 들어와 뇌리에 박혔다.



나는 엄마의 바짓가랑이를 잡지도, 울음을 터뜨리지도 못했다. 그저 얼어붙었다. 생존 본능이었다. 여기서 울면 죽는다. 숨소리조차 내지 말고 투명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날 이후, 내 삶은 지뢰밭이었다.

친할머니는 나를 볼 때마다 혀를 찼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저주는 주문처럼 내 유년 시절을 지배했다.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눈치를 보는 것.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비난과 고함을 피하기 위해, 나는 늘 안테나를 세우고 살았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 어른들의 발걸음 무게, 문이 닫히는 강도. 그 미세한 소리 정보를 분석해서 기분을 파악하고, 내 몸을 사렸다.



나중에 이모에게 들었다. 그때 너는 지옥 그 자체였다고. 그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너를 품어 대구로 왔다고.



내 어린 심장은 24시간 풀가동을 해야 했다.

언제 도망쳐야 할지 모르니까.

언제 숨어야 할지 모르니까.



그러니 지금의 내 병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누적된 결과값이다. 7살 때부터 멈추지 않고 돌아간 비상 발전기가, 결국 과열되어 터져버린 것이다.



의사는 그걸 '교감신경 항진증'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걸 '7살의 기차역'이라 부른다.



내 몸은 여전히 그 기차역에 서 있다.

성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고, 덩치가 커졌지만.

내 자율신경은 여전히 공습경보를 울려대고 있다.



"긴장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리 예민하고,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피곤해 하냐고. 전쟁터에서 태어난 아이는 평화가 무엇인지 모른다. 알겠나?



나는 아픈 게 아니다. 그저 너무 오랫동안, 너무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 했을 뿐이다.



그 대가로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던 아이가, 기어이 살아서 기록을 남긴다.




이것은 나의 복수이자, 가장 슬픈 생존 신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