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 독자의 멱살을 잡고 골목으로 끌고 들어가는 법
서점에 서 있는 독자를 상상해 보라.
그는 지금 지루하다.
스마트폰을 볼까 하다가 그냥 책을 한 권 집어 들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초다.
표지를 넘기고 첫 문장을 읽는 그 짧은 순간, 당신은 그를 납치해야 한다. 실패하면? 그는 책을 덮고 유튜브를 들어갈 것이다.
나를 포함한 아마추어들이,
첫 문장에서 실수를 저지른다.
날씨 이야기를 하거나,
주인공이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창밖으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졌다. 알람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제발 부탁인데,
이런 문장으로 시작할 거면 그냥 일기장에 써라.
독자는 남이 잠에서 깨는 꼴을 보려고 돈을 내지 않는다. 첫 문장은 인사말이 아니다. 첫 문장은
선전포고이자, 인질극의 시작이다.
"지금부터 네 시간을 뺏을 거야. 도망칠 생각 하지 마."
이런 살벌한 기세가 있어야 한다.
어떻게 써야 할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물음표를 찍으라는 게 아니다. 독자의 머릿속에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만들라는 뜻이다.
"철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이 문장에는 궁금증이 없다.
"철수는 오늘 담임 선생님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이 문장을 읽은 독자는 멈칫한다.
왜? 왜 죽이려고 하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철수는 사이코패스인가?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독자는 다음 문장을 읽을 수밖에 없다.
이것을 '사건의 복판'으로 들어가기라고 한다.
설명하지 마라. 배경 설명, 인물 소개, 세계관 설정? 나중에 해라. 일단 사건을 터뜨려라. 건물이 폭발하고, 주인공이 벼랑 끝에 매달려 있고, 시체가 발견된 시점에서 시작해라. 독자가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가장 최악의 오프닝은 '평화로운 일상'을 나열하는 것이다.
폭풍전야를 표현하고 싶어서 평화를 묘사한다고?
아니, 독자는 폭풍을 원한다. 전야제 따위에는 관심 없다. 평화로운 마을 풍경은 묘사하는 게 아니라, 불타 없어질 때 비로소 가치를 가진다.
첫 문장에는 반드시
'부조화'나 '모순'이 있어야 한다.
"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
"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
그래서 내 손으로 그를 묻었다."
사랑과 살인.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충돌할 때 스파크가 튄다. 그 불꽃이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당신의 원고 첫 페이지를 펴라. 만약 날씨 묘사나 주인공의 기상 장면으로 시작한다면, 과감하게 삭제해라. 그리고 5페이지 뒤로 넘어가라. 거기서 진짜 사건이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그 사건을 맨 앞으로 가져와라. 과거 회상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기억해라.
첫 문장은 독자와 맺는 첫 번째 계약이다.
"재미없으면 환불해 드립니다."라는 자신감이
그 한 줄에 담겨 있어야 한다.
멱살을 잡아라.
숨 돌릴 틈도 주지 말고 다음 문장으로 내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