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9화 : 버티는 힘은 어떻게 구하는가

by 현영강

2025년 9월 25일.


내 세 번째 소설,

'세 굴레 출판사'가 계약을 맺었다.



영상화 기획 소설이라는 타이틀,

YES24 실시간 베스트셀러 5위, 주목할 만한 신상품,

그리고, 종합 베스트셀러 50위 진입.



숫자만 보면 축제였다.

사람들은 축하한다고, 대박 났다고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지옥을 걷고 있었다.



그놈의 새로고침(F5) 버튼 때문이었다.
​실시간 차트라는 건 잔인한 물건이다.
한 시간마다 성적표가 갱신된다.



5위.
와, 미쳤다. 내가 5위라니.



그러나 기쁨은 딱 59분 59초 동안만 유효했다.
다음 갱신 때 숫자가 7위로 바뀌자,

내 심장은 70미터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다시 4위로 오르면 안도하고,

6위로 떨어지면 손톱을 물어뜯었다.



​올라가는 건 천운이 필요했지만,

내려오는 건 중력만 있으면 충분했다.



'반짝'하는 오픈빨(Open Run)이 빠지자,

순위 방어는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 되었다.



기라성 같은 기성 작가들의 신작이 쏟아져 나오고, 마케팅 예산을 쏟아붓는 대형 출판사들의 공세 속에서, 내 책은 거센 파도 앞의 종이배처럼 위태로웠다.



​유지가 안 된다.
그게 나를 미치게 했다.
잠깐 맛본 달콤함이 독이 되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그 상위권의 공기를 맛보고 나니 바닥으로 내려가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자려고 누우면 천장에 실시간 순위 그래프가 그려졌고, 밥을 먹다가도 스마트폰을 켜서 순위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



미스터리 스릴러 부문 ​종합 50위.
거기가 내 한계점이자, 마지막 정점이었다.



그 숫자를 찍고 나서,

그래프는 완만하게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나는 그 떨어지는 숫자를 멱살 잡고 끌어올리고 싶었지만, 작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시장은 냉정했다.



독자의 지갑은 한정되어 있고, 그들의 선택을 지속적으로 받는다는 건 '글을 잘 쓰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깨달았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것을.



한번 되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증명하고 버텨야 하는 현재진행형의 고통이라는 것을.



​인정.



내 그릇은 아직 5위에 머물 만큼 크지 않다. 반짝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다, 그 빛이 꺼진 뒤의 어둠을 견디는 게 훨씬 더 어렵다.



​[세 굴레 출판사]는

나에게 영광과 상처를 동시에 남겼다.



영상화 계약이라는 훈장을 달아주었지만, 동시에 '지속 가능한 인기'에 대한 숙제를 안겨주었다. 나는 여전히 쓴다. 하지만, 이제는 순위표를 보며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5위라는 숫자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내 글이 저 높은 곳까지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금은 중력에 이끌려 내려왔지만, 다음에는 헬리콥터를 타든, 로켓을 쏘든, 기어이 저 위에서 버텨보겠다.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으려 했던 그 미련했던 날들을 복기하며, 나는 다시, 바닥에서부터 문장을 쌓아 올린다.






유지가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