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다시 칼을 잡다.
사람들은 2025년 9월, [세 굴레 출판사]가 차트를 주행하던 그 순간을 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로서, 나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그보다 한 달 전인 8월 2일이었다. (내과고 정신과고 제발 좀 쉬라고 했다. 번아웃 그 이상의 몸상태라면서.)
쌤들에겐 미안하지만, 난 쉬면 불안하다.
아직 3번째 소설의 계약 도장이 찍히기도 전, 성공인지 실패인지 결과가 나오기도 전. 나는 이미 네 번째 장편소설의 첫 문장을 쓰고 있었다.
제목은 [조향사]. 이번에는 '냄새'다.
('향수'라는 대작이 있지만, 알게 무엇이냐.)
보통의 작가라면 전작의 원고를 투고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휴식을 취한다. 여행을 가거나, 밀린 잠을 자거나, 넷플릭스를 몰아본다. 허나, 나는 성격상 쉬지를 못한다.
불안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쓰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세 굴레 출판사]에서 시각적인 공포와 메타적인 혼란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원초적이고 기만적인 '후각'을 다루고 싶었다.
보이지 않지만,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
숨을 쉬는 한 피할 수 없는 것.
향기로 사람을 홀리고,
향기로 살인을 저지르는 이야기.
25년 9월, 나는 안도했다.
"다행이다. 그래도 내 문체가 통하는구나."
만약, 내가 그때 빈둥거리며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거만해졌거나, 혹은 순위 하락에 멘탈이 부서져 슬럼프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나는 이미 [조향사]라는 새로운 미로 속에 갇혀 있었고, 현실의 순위 따위보다, 지금 당장 모니터 속 주인공이 맡은 미약의 냄새를 어떻게 묘사할지가 더 급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프로의 자세다. 성공은 어제의 날씨다. 어제 비가 왔든 해가 떴든, 오늘은 오늘의 날씨가 있다. 전작이 차트 진입 한번 했다고 해서 차기작의 첫 문장이 저절로 써지는 건 아니다. 빈 화면의 커서는 건방지다. 내가 종합 50위를 찍은 작가든 말든 상관없이, 깜빡거리며 나를 조롱한다.
"그래서, 이번엔 뭘 보여줄 건데? 증명해 봐."
나는 그 건방진 커서 앞에서 다시 제로 베이스로 돌아간다. 계급장 떼고, 이야기 지우고, 오직 활자 하나로 승부하는 마음. 전작의 활자는 다음의 원고에 데려오지 않는다. 그건 추억팔이지 창작이 아니니까.
네 번째 소설 [조향사]. 이 소설은 내 전작들보다 더 독하고, 더 끈적할 것이다. 나는 독자들의 코끝에 지울 수 없는 잔향을 남길 작정이다.
3번째 소설이 내 이름을 알린 신호탄이었다면, 4번째 소설은 현영강이라는 작가가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생산해내는 괴물이라는 걸 증명하는 증명서가 될 것이다.
나는 다시 부엌으로 돌아왔다.
이제 더 맛있는,
그리고 더 위험한 요리를 내놓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