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나는 문학으로 밥을, 그것도 아주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
32,300원짜리 벽돌을 끌어안고,
실실거렸던 그날.
통장 잔고는 비었지만, 내 마음은 만수르가 부럽지 않았다. 비록 독자들은 외면했을지언정,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벽돌 속에 내 피와 땀, 그리고 밤을 지새운 고뇌가 꽉꽉 채워져 있다는 것을.
그 묵직한 질량감이 주는 뿌듯함. 그것은 세상 어떤 명품 가방을 들었을 때보다 짜릿했을 테다. 나는 지금도 그 맛에 취해 글을 쓴다. 한 문장을 완성했을 때의 희열, 막혔던 플롯이 뚫릴 때의 쾌감.
그 도파민이 나를 책상 앞에 붙들어 매는
강력한 본드다.
돈이 안 돼도 좋다.
알아주는 이가 적어도 좋다.
내가 창조한 세계가 모니터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하지만.
행복과 생존은 별개의 문제다. 뿌듯함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만족감이 월세를 내주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전업 작가로 산다는 건, 자발적 빈곤층이 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주변을 둘러봐라. 글 좀 쓴다는 작가들이 낮에는 편의점 바코드를 찍고, 밤에는 대리운전 핸들을 잡는다.
투잡, 쓰리잡을 뛰며 잠을 줄여가며 글을 쓴다.
사람들은 그걸 '예술가의 낭만'이나, '헝그리 정신'으로 포장하지만, 나는 그걸 '사회적 유기'라고 일컫고 싶다.
왜, 작가는 가난해야 하는가. 왜, 인간의 정신을 살찌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은 굶주려야 하는가.
이건 모순이다.
유통사가 떼어가고, 출판사가 떼어가고, 플랫폼이 떼어가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작가는 가장 밑바닥의 하청 노동자로 전락했다.
나의 꿈은 노벨문학상이다.
그러나 그 끝,
끝내의 최종 목표는 훨씬 더 속물적이고,
훨씬 더 거대하다.
이 썩어빠진 출판 시장의 판을 갈아엎는 것이다.
돈, 단지 부자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증명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내 뒤를 따라오는 후배 작가들이,
알바 천국을 뒤지는 대신
도서관으로 달려가게 만들고 싶다.
"야, 점마 봐라. 글만 썼는데 재벌 됐더라.
소설가, 그거 할 만한 직업이네."
이런 소리가 나오게 만들고 싶다. 재능 있는
이야기꾼들이 생활고 때문에 펜을 꺾는 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그들이 배달 오토바이 위에서
교통사고로 죽는 대신, 책상 앞에서 과로로 쓰러지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하고 싶다.
다수는 비웃을 것이다.
미생인 작가 주제에 꿈이 너무 크다고.
하지만, 두고 봐라.
나는 내 글의 가치를 헐값에 넘기지 않을 것이다. 내 이야기가 돈이 된다는 것을, 그것도 아주 큰 돈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예술은 배가 고파야 나온다는 개소리는 집어치워라.
배가 불러야 노래도 나오고 춤도 나온다.
나는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동료 작가들의 식탁 위에 따뜻한 밥 한 공기를, 아주 당당하게 올려놓을 것이다.
그 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쓴다.
만족감은 가슴에 품고,
야망은 칼처럼 갈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