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 초보 작가들이 가장 많이 죽어 나가는 곳, '중반부'
저는 책을 볼 때 중후반부 문체부터 살핍니다. 이유는?!
소설을 쓰다 보면 반드시 마의 구간이 찾아온다. 오프닝은 기깔나게 뽑았다. 독자의 멱살도 잡았고, 주인공도 멋지게 등장시켰다. 결말도 이미 머릿속에 다 있다.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거나, 비극적으로 죽는 장면까지 완벽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이, 바로 '중반부'다. A에서 시작해서 Z로 가야 하는데, 그 중간인 M쯤에서 작가도 길을 잃고 독자도 하품을 한다. 이것을 업계에서는 '늘어지는 허리'라고 부른다.
왜 중반부가 지루해질까? 간단하다. 작가가 '시간 때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말까지 가기 위해 분량을 채워야 하니까, 주인공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고,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사건은 제자리걸음이고, 긴장감은 풀린다. 독자는 이때 책을 덮는다. "아, 질질 끄네." 하면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법, 허리를 끊어먹지 않고 튼튼하게 세우는 법을 알려주겠다.
장애물을 단순한 벽이 아니라 '지뢰'로 바꿔라
주인공이 목표를 향해 가는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 초보 작가들은 이걸 단순히 '넘어가야 할 벽'으로 설정한다. 주인공이 노력해서 벽을 넘는다. 또 벽이 나온다. 또 넘는다. 지루하다. 반복 패턴이다.
장애물을 건드리면 상황이 더 악화되게 만들어라.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행동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불러와야 한다. 빚을 갚으려고 도박을 했는데 빚이 두 배가 되거나, 오해를 풀려고 만났는데 싸움이 나서 경찰서에 가는 식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가 아니라, '산 넘어 산, 그 뒤엔 절벽'이어야 한다.
독자는 주인공이 잘해 나가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라, 구르고 깨지면서도 기어가는 걸 보고 싶어 한다.
중간 점검 : 미드포인트에서 판을 뒤집어라
소설의 딱 정중앙. 거기서 한 번쯤은 장르를 바꾸거나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범인을 쫓는 형사물인 줄 알았는데, 중간부터는 형사가 용의자로 몰려 쫓기는 스릴러로 바뀐다거나. 보물을 찾는 게 목표였는데, 보물이 가짜라는 걸 깨닫고 생존이 목표가 된다거나.
이런 강력한 '반전'이나 '새로운 정보'가 허리춤에 박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독자가 "어? 내가 생각했던 대로 안 흘러가네?" 하면서 다시 자세를 고쳐 앉는다. 일직선으로 달리면 졸음운전 하기 딱 좋다.
중간에 급커브 구간을 만들어라.
서브플롯을 활용해라
메인 요리만 계속 먹으면 질린다. 그때 필요한 게 밑반찬이다. 주인공의 이야기가 잠시 숨 고르기를 할 때, 조연들의 이야기를 치고 들어가라. 단, 주의할 점. 서브플롯은 곁가지가 아니라 뿌리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조연의 로맨스나 갈등이 결국에는 주인공의 메인 사건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따로 노는 이야기는 소설을 산만하게 만들지만, 잘 섞인 서브플롯은 이야기의 풍미를 살리고 분량도 확보해 준다.
평화로운 장면을 경계해라
중반부에 가장 위험한 건 '안정감'이다. 주인공이 안전한 곳에서 쉬고 있거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꼴을 보지 마라. 작가는 새디스트가 되어야 한다. 주인공이 쉴 만하면 사건을 터뜨려라. 동료가 배신을 때리든, 가지고 있던 무기를 잃어버리든, 갑자기 천재지변이 일어나든. 그를 계속 불편하게 만들어라.
소설의 허리는 인간의 허리와 같다. 여기가 부실하면 상체(오프닝)가 아무리 화려하고 하체(결말)가 튼튼해도, 그 사람은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다. 대충 연결만 시키려 하지 마라. 이 구간이야말로 작가의 필력이 드러나는 진짜 승부처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끝내는 건 끈기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이 지루하고 긴 중반부를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것.
그게 바로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