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독자의 숨통을 조이는 판돈 키우기의 기술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을 향한 맹목적인 모성애가 느껴질 때가 있다. 작가 본인이 창조한 인물이다 보니 너무 사랑한 나머지, 주인공이 고통받는 꼴을 도저히 보지 못하는 것이다. 악당과 싸우다가 조금만 다쳐도 금방 우연히 지나가던 조력자가 나타나 상처를 치료해주고, 경제적인 위기에 처하면 갑자기 숨겨진 유산이나 복권 당첨 같은 기적적인 행운이 뚝 떨어진다. 작가는 주인공을 구원했다고 안도하겠지만, 그 순간 독자는 하품을 하며 책을 덮어 버린다.

주인공이 쉽게 위기를 탈출하는 소설은 위인전이나 동화책에서나 통하는 이야기다. 현대의 독자들은 주인공이 바닥까지 구르고 처절하게 깨지는 과정을 보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지불한다.
소설의 엔진은 갈등이고, 갈등의 핵심은 판돈에 있다. 도박판에서 판돈이 만 원일 때와 전 재산에 목숨까지 걸려 있을 때 도박사의 눈빛이 같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주인공이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을 때 잃게 되는 것이 고작 자존심이나 약간의 돈이라면 독자는 결코 긴장하지 않는다. 실패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영영 잃거나, 평생 일궈온 신념이 박살 나거나, 물리적인 목숨을 내놓아야 할 만큼 판돈을 잔인하게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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