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는 달콤하고 치명적인 독약
멀미가 날 때가 있다. 주인공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의 우울한 감정을 서술하던 문장이, 바로 다음 줄에서는 갑자기 주인공을 바라보는 악당의 속마음으로 건너뛰고, 급기야는 길을 지나가던 행인의 시선까지 중구난방으로 옮겨 다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신이므로 모든 캐릭터의 속내를 다 꿰뚫어 보고 독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싶겠지만, 이것은 서사를 망치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지름길이다.
문학 용어로 헤드 호핑이라고 부르는 이 끔찍한 시점 이탈은 독자의 몰입을 산산조각 낸다. 독자는 하나의 렌즈를 통해 서서히 세계에 동화되어야 하는데, 작가가 멱살을 잡고 이 사람 저 사람의 뇌 속으로 강제로 끌고 다니니 도무지 누구에게 감정을 이입해야 할지 길을 잃어 버리는 것이다.
소설은 방범용 감시 카메라 녹화본이 아니라 철저하게 통제된 관찰 카메라여야 한다. 특히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에서 전지적 작가 시점은 긴장감을 질식시키는 맹독이다. 살인마가 문 뒤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작가가 전지적인 위치에서 미리 떠벌리는 순간 독자의 공포는 차갑게 식어버린다. 진짜 숨 막히는 공포는 모르는 것에서 온다.
오직 주인공의 좁은 시야와 불완전한 감각에만 의존해서 어두운 복도를 걸어갈 때, 저 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는 그 지독한 정보의 결핍이 독자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것이다. 독자를 주인공의 두개골 안에 완벽하게 가두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문을 걸어 잠가야 한다. 주인공이 보지 못하는 것은 독자도 볼 수 없어야 하고, 주인공이 오해하면 독자도 철저하게 속아 넘어가야 진짜 소설이다.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고 싶다고 해서 함부로 시점을 옮겨 그들의 속마음을 따옴표 없이 적어 내리지 마라.
주인공의 시점을 유지하면서도 상대방의 심리를 보여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앞에 앉은 남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전지적 시점으로 남자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거짓말을 했다라고 쓰면 삼류다.
대신 주인공의 눈에 비친 남자의 미세한 행동을 집요하게 관찰해서 적어라. 남자가 대답하기 전 시선을 오른쪽 아래로 피했다거나, 탁자 밑으로 다리를 신경질적으로 떨고 있다거나, 마른입술을 혀로 핥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독자는 그가 숨기고 있는 불안과 기만을 충분히 읽어낸다.
겉으로 드러난 파편적인 단서들을 주워 담아 상대의 진심을 추리하게 만드는 과정이 독자에게는 가장 지적이고 흥미로운 게임이 된다.
하나의 씬에서는 반드시 단 하나의 뇌만 사용해야 한다. 만약 서사의 구조상 다른 캐릭터의 시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문단이나 챕터를 명확하게 나누어 렌즈가 교체되었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선언해야 한다. 하나의 장면 안에서 두 명 이상의 속마음이 서술되고 있다면 당장 백스페이스를 눌러 주인공이 아닌 자의 생각들을 모조리 지워버려라.
시점은 작가가 독자에게 허락한 유일한 창문이다. 그 창문을 이리저리 흔들고 깨부수면 독자는 멀미를 견디지 못하고 책을 덮고 만다.
당신은 친절한 안내양이나 해설사가 아니다. 잔인하고 냉혹한 카메라 감독이 되어야 한다. 독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진실을 영악하게 카메라 앵글 밖으로 숨겨두고, 오직 주인공의 거칠고 제한된 숨소리만을 들려주며 벼랑 끝으로 몰아세워라.
그 지독한 시야의 구속과 답답함이,
기어이 폭발하는 순간,
당신의 서사는 그 어떤 화려한 문장보다,
강렬한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