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당신의 백과사전에 관심이 없다.

12화 : 설정은 피 흘리며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by 현영강

가장 뼈아프게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독자가 자신의

소설 속 세계관을 몹시 궁금해할 것이라는 오만함이다.



작가는 몇 달 동안 노트에 빼곡하게 정리해 둔 세계의 기원, 가상 국가의 정치 체제, 혹은 주인공의 불우했던 삼대 가족사를 독자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래서 첫 장을 넘기자마자 지루하고 방대한 역사책을 들이밀며 장황한 설명을 시작한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이 정교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독자가 완벽하게 이해해야만 서사에 몰입할 수 있다고 믿지만, 안타깝게도 독자의 반응은 정확히 그 반대다.



독자는 당신이 만든 가짜 세계의 연혁 따위에는 단 1그램의 관심도 없다. 그들은 지금 당장 누군가의 목숨이 위태롭거나, 누군가가 지독한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생생한 갈등을 원할 뿐이다.



​설정은 서사를 보조하는 무대 장치일 뿐, 결코 소설의 전면에 나설 수 없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빙산 이론은 여기서도 완벽하게 적용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현영강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반갑습니다. 소설 쓰는 글쟁이 '현영강' 이라고 합니다.

33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1화우연은 악당의 편일 때만 허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