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설정은 피 흘리며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가장 뼈아프게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독자가 자신의
소설 속 세계관을 몹시 궁금해할 것이라는 오만함이다.
작가는 몇 달 동안 노트에 빼곡하게 정리해 둔 세계의 기원, 가상 국가의 정치 체제, 혹은 주인공의 불우했던 삼대 가족사를 독자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래서 첫 장을 넘기자마자 지루하고 방대한 역사책을 들이밀며 장황한 설명을 시작한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이 정교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독자가 완벽하게 이해해야만 서사에 몰입할 수 있다고 믿지만, 안타깝게도 독자의 반응은 정확히 그 반대다.
독자는 당신이 만든 가짜 세계의 연혁 따위에는 단 1그램의 관심도 없다. 그들은 지금 당장 누군가의 목숨이 위태롭거나, 누군가가 지독한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생생한 갈등을 원할 뿐이다.
설정은 서사를 보조하는 무대 장치일 뿐, 결코 소설의 전면에 나설 수 없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빙산 이론은 여기서도 완벽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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