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회상은 서사의 목을 조르는 밧줄이다.

16화 : 독자는 주인공의 불우한 어린 시절이 궁금하지 않다.

by 현영강

원고를 읽다 보면 서사가 미친 듯이 질주해야 할 클라이맥스 직전에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리며 화면이 흑백으로 전환되는 끔찍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주인공이 왜 이렇게 악당에게 분노하는지, 왜 이토록 처절하게 싸우는지 그 깊은 내면의 트라우마를 친절하게 설명하겠다며 뜬금없이 십 년 전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나 첫사랑과의 가슴 아픈 이별 장면을 수십 페이지에 걸쳐 늘어놓는 것이다. 작가 본인은 현재의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한 완벽한 플래시백이라고 자부하겠지만, 그 페이지를 넘기는 독자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감탄이 아니라 깊은 탄식과 하품이다.



달리는 기차의 엔진을 강제로 꺼버리고 승객들을 뒤로 걷게 만드는 이 안일한 과거 회상은 소설의 속도감을 산산조각 내는 가장 치명적인 독약이다.



​소설은 본질적으로 현재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맹렬한 직진의 예술이다. 독자는 다음 장에 어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지, 주인공이 이 지옥 같은 위기를 어떻게 탈출할지 궁금해서 밤을 새우는 것이지, 캐릭터의 낡은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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