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 하얀 방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환경 통제의 기술
등장인물들이 마치 중력이 없는 진공상태나 새하얀 스튜디오 안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괴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작가가 캐릭터의 대사와 내면 심리를 묘사하는 데에만 온 정신이 팔린 나머지,
그들이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완전히 증발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은은한 조명이 켜진 카페라거나 으슥하고 어두운 골목길이라는 식의 성의 없는 단어 몇 개를 던져놓고는, 곧바로 지루한 탁구 게임 같은 대화문만 수십 줄씩 이어간다.
문학 용어로 하얀 방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 끔찍한 게으름은 소설을 싸구려 연극 무대의 합판 세트장 수준으로 전락시킨다. 독자는 허공에 떠서 말만 주고받는 유령들의 이야기에 결코 몰입하지 않는다.
소설 속의 공간은 캐릭터들의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수동적인 배경막이 아니다. 공간은 서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주인공의 숨통을 조이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가장 서늘하고 잔혹한 공범이어야 한다. 두 인물이 치열하게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을 써야 한다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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