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 독자를 기만하는 가짜
원고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클라이맥스 구간을 읽다 보면 가슴이 턱턱 막히는 촌극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주인공이 악당과 벌이는 최후의 결전을 마치 히어로 영화의 화려한 피날레처럼 묘사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숨겨왔던 필살기를 꺼내거나 멋들어진 명대사를 내뱉으며 악당을 시원하게 때려눕히는 장면을 길고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작가는 이 압도적인 승리의 순간에 독자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라 굳게 믿으며 모니터 앞에서 혼자 도파민에 취해있겠지만, 정작 그 얄팍하고 통쾌한 승리극을 지켜보는 독자의 심박수는 단 1비트도 올라가지 않는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깔끔하게 쟁취한 승리는 독자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값싼 불꽃놀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주인공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영광을 쟁취하는 눈부신 무대가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이 승리를 얻기 위해 자신의 살점을 도려내고 영혼의 밑바닥까지 긁어내어 기어이 무언가를 영원히 상실하고 마는 끔찍한 제단이어야 한다.
악당을 쓰러뜨린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싸움에서 이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악당은 주인공이 가진 내면의 결핍과 세계관의 모순이 형상화된 거대한 그림자다. 그 그림자를 지워내기 위해서 주인공은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가치나 신념, 혹은 물리적인 신체의 일부를 제물로 바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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