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 의미 없는 동선 묘사와 예열
작가들의 원고를 읽다 보면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CCTV처럼 집요하게 중계하는 끔찍한 병폐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살인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긴박한 상황인데도, 작가는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장 문을 열어 코트를 꺼내 입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가 택시를 잡아타는 그 지루하고 무의미한 과정을 수십 줄에 걸쳐 정직하게 서술한다.
작가는 그것이 리얼리티를 살려준다고 굳게 믿겠지만, 독자는 주인공과 함께 택시 요금을 계산하며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서사의 속도감이 썩어문드러지는 꼴을 지켜봐야 한다.
소설은 주인공의 24시간을 기록하는 촘촘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쓸데없는 동선 묘사는 당신의 원고를 한없이 구질구질하고 뚱뚱하게 만드는 시커먼 비계 덩어리에 불과하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드라마란 인생에서 지루한 부분을 잘라낸 것'이라고 했다. 이 명언은 텍스트의 세계에서 더욱 잔인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서사에 갈등을 일으키거나 인물의 은밀한 욕망을 드러내지 못하는 씬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백스페이스로 날려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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