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 취재의 빈곤
해커는 언제나 어두운 방에서 후드를 뒤집어쓰고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드리며 "빙고"를 외치고, 형사는 며칠 밤을 새운 얼굴로 소주잔을 들이켜며 서장을 향해 고함을 지른다.
작가 본인이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타인의 밥벌이를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워들은 얄팍한 클리셰로 대충 퉁치려는 지독한 게으름이다.
방구석에 앉아 구글 검색 몇 번 끄적거린 뒤 나무위키의 요약본을 긁어모아 만든 가짜 세계는, 그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진짜 전문가의 눈에는 첫 문장부터 역겨운 위화감을 뿜어내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독자는 작가의 나태함을 귀신같이 냄새 맡고 가차 없이 책을 덮어버린다.
진짜 압도적이고 숨 막히는 디테일은 인터넷 검색창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발로 뛰며 들이마신 현장의 매연과 땀 냄새에서 나온다. 의학 소설을 쓰겠다면 의학 용어 사전을 달달 외우며 아는 척을 할 게 아니라,
응급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피투성이가 된 환자 앞에서 의사의 눈동자가 어떻게 미세하게 흔들리는지, 간호사의 교대 시간에 어떤 서늘한 정적이 흐르는지를 집요하게 관찰해야 한다.
캐릭터의 직업은 그저 프로필의 한 줄을 장식하는 타이틀이 아니다. 그것은 캐릭터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철저하게 구속하며, 일상적인 대화 속에 그 업계 특유의 건조하고 비정한 생리를 은연중에 뚝뚝 흘리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필터여야 한다.
캐릭터가 법정에서 멋지게 "이의 있습니다!"를 외치는 삼류 드라마를 쓸 생각이라면 당장 펜을 꺾어라. 진짜 법조인의 삶은 화려한 법정이 아니라, 산더미처럼 쌓인 기록의 무덤 속에서 눈이 짓무르도록 텍스트와 사투를 벌이는 지독한 서류 작업의 연속이다. 그 지난하고 숨 막히는 서류의 질감과 관료주의의 답답함을 원고에 진득하게 발라내지 못한다면 당신의 캐릭터는 그저 변호사 흉내를 내는 앵무새일 뿐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말은
문학에서 가장 잔인한 진리다.
그 하찮고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 하나를 완벽하게 조립해 내기 위해, 작가는 타인의 밥그릇 속으로 대가리를 처박고 그들의 고통과 신경증을 훔쳐 오는 피 말리는 노동을 감내해야만 한다.
당신의 원고를 펼쳐 캐릭터들의 명함을 확인해 보라. 만약 그들의 직업을 강력계 형사에서 바리스타로, 혹은 외과 의사에서 편의점 알바생으로 바꿨는데도 서사가 흘러가는 데 아무런 타격이 없다면, 당신은 처음부터 캐릭터를 완벽하게 잘못 설계한 것이다.
타인의 삶을 텍스트로 착취하려거든 최소한 그들의 굳은살이 손바닥 어디쯤에 박혀 있는지 정도는 뼈저리게 취재해라.
작가의 알량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가짜는, 치열한 밥벌이의 현장에서 뒹구는 진짜 인간의 징그러운 디테일을 결코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