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 완벽주의라는 이름의 가장 우아한 도피처
새벽 세 시. 모니터의 하얀 여백 위로 커서가 신경질적으로 깜빡인다. 교감신경 항진증이 또 발작을 일으키는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고, 얕은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모니터를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익숙하게 비상약 한 알을 삼켰다.
글이 안 써지는 게 아니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기어 나오는 문장들이 너무나도 역겹고 끔찍한 쓰레기 같아서, 내 알량한 자존심이 그 오물들을 화면에 활자화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흔히 ‘글이 막힌다’는 그럴싸한 핑계를 댄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플롯이 꼬여서, 완벽한 첫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다 헛소리다. 글이 막히는 진짜 이유는 단 하나, 턱없이 높은 작가의 자의식 때문이다. 머릿속에 품고 있는 노벨문학상 급의 위대한 환상과, 막상 키보드를 두드렸을 때 모니터에 찍혀 나오는 삼류 낙서 사이의 그 비참한 간극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완벽한 문장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우아한 변명 뒤로 숨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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