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 캐릭터가 작가의 멱살을 쥐고 폭주하기 시작할 때
며칠 전, 한 달 내내 벽에 붙여놓고 치밀하게 계산했던 완벽한 플롯을 내 손으로 전부 찢어발겼다. 불안장애가 도져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다음 챕터로 넘어가려 발버둥을 쳤지만, 모니터 속의 인물은 내가 지시한 목적지를 향해 단 한 발자국도 걷기를 거부했다.
작가인 내가 여기서 웃으며 화해하라고 명령하는데, 이 빌어먹을 캐릭터는 기어이 테이블을 엎어버리고 상대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겠다고 핏대를 세우는 것이다.
이 지독한 항명 사태 앞에서 작가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하나는 신이라는 오만한 권력을 휘둘러 캐릭터의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린 뒤, 기어이 내가 짜둔 플롯이라는 비좁은 엑셀 표 안에 억지로 쑤셔 넣는 것이다. 초보 작가들이 가장 흔하게 선택하는 이 편안하고 폭력적인 진압의 결과는 참혹하다.
살아 숨 쉬던 인간은 일순간에 영혼 없는 텍스트 인형으로 전락하고, 독자는 그 작위적인 삐걱거림을 귀신같이 눈치채며 몰입을 깨버린다.
나머지 하나는 작가 스스로가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내가 쌓아 올린 완벽한 세계가 캐릭터의 발길질 한 번에 산산조각 나는 그 서늘한 패배감을 뼈저리게 인정하고, 지금까지 써둔 수십 장의 원고를 과감하게 휴지통에 처박는 미련한 짓이다.
플롯이 붕괴했으니 처음부터 다시 뼈대를 세워야 하는, 그야말로 내장이 갉아먹히는 듯한 끔찍한 노동의 연장선. 하지만 진짜 살아 펄떡이는 서사는 오직 이 참담한 항복 선언을 통해서만 탄생한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전지전능한 조물주가 아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지독한 결핍과 이기적인 욕망으로 무장한 미친개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그들이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잔혹한 난투극을 숨죽여 받아 적는 비참한 서기일 뿐이다.
인물에게 제대로 된 핏줄을 이어주고 지독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면, 그들은 결코 작가의 얄팍한 계획대로 순순히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들이 당신의 플롯을 박살 내고 폭주하기 시작했다면 오히려 환호해라. 그것은 당신의 활자가 마침내 작가의 뇌를 벗어나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는 가장 잔혹하고도 명확한 증거다.
그러니 억지로 통제하려 들지 마라. 캐릭터가 작가의 멱살을 쥐고 끌고 가는 그 낯설고 위험한 진흙탕 속으로 기꺼이 처박혀라.
완벽했던 계획이 망가지는 그 끔찍한 공포와 아수라장 속에서, 소설은 비로소 작가의 알량한 지능을 훌쩍 뛰어넘어 짐승 같은 생명력을 뿜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