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무기

23화 : 물을 주는 여자

by 현영강

물줄기는 가늘고 집요했다. 창가 쪽 파티션 너머에 앉은 여자는 오늘도 어김없이 책상 위 화분에 물을 붓고 있었다. 흙이 미처 숨을 고르기도 전에 쏟아지는, 축축하고도 규칙적인 강박이었다.



​화분 속 식물의 정확한 명칭은 알 수 없었으나, 한때는 단단한 녹색이었을 잎사귀들은 이제 병든 사람의 안색처럼 누렇게 떠 있었다. 잎끝은 검게 물러졌고, 줄기는 수분을 잔뜩 머금은 채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여자는 그 쇠락의 원인을 지독한 갈증이라 오독한 것이 분명했다. 식물이 시들어갈수록 그녀가 좁은 주둥이의 조리개를 쥐는 빈도는 잦아졌고, 얇은 안경 너머의 눈동자엔 묘한 초조함이 짙게 배어났다.



​나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 일련의 과정을 곁눈질로 지켜보았다. 흙 표면에 고인 물이 미처 스며들지 못하고 질척이는 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도는 듯했다. 화분 깊은 곳, 보이지 않는 흙 속에서 뿌리는 이미 검게 썩어 들어가고 있을 터였다.



산소가 차단된 진흙탕 속에서 식물은 목을 축이는 게 아니라 천천히 익사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여자는 멈출 줄을 몰랐다. 살려내겠다는, 혹은 온전히 돌보고 있다는 그녀의 맹목적인 행위가 도리어 식물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화분 밑동의 얕은 플라스틱 물받침에는 어느새 썩은 내가 감도는 탁한 물이 위태롭게 찰랑거렸다.



​넘치는 것은 때로 모자란 것보다 잔혹하다. 타인을,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한 과잉된 통제와 애정은 대개 저런 식으로 대상을 짓무르게 만든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부어대며 스스로 안도감을 얻는 사이, 대상은 고요히 썩어가는 것이다.



​툭, 투둑.



​결국 한계치를 넘긴 표면장력이 무너지며, 탁한 물이 물받침을 넘어 여자의 책상 위로 흘러내렸다. 중요해 보이는 서류의 모서리가 순식간에 검은 물자국으로 얼룩져갔다. 당황한 여자가 다급히 티슈를 뽑아 드는 부산스러운 소리가 사무실의 정적을 깼다. 나는 바싹 마른 입술을 축이며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축축하게 젖어 드는 저 통제 불능의 냄새가 내 자리까지 번져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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