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 (浮游)

25화 : 먼지가 되어

by 현영강

한낮의 빛이 블라인드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어두운 방 한가운데 길쭉한 사선을 그었다. 그 좁고 선명한 빛의 통로 속에서만 세상의 은밀한 민낯이 폭로되고 있었다.


​수만, 아니 수십만 개의 미세한 먼지 입자들이 빛의 기둥 안에서 쉼 없이 춤을 추고 있었다. 평소에는 공기라는 투명한 장막에 가려져 결코 육안으로 닿을 수 없는 것들. 그것들은 중력의 법칙마저 비껴간 듯 위아래도 없이 그저 불규칙하게 부유했다.


​나는 소파에 깊숙이 파묻힌 채 그 무의미하고도 집요한 움직임들을 가만히 응시했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방 안에는 어떠한 기류의 변화도 없었지만, 입자들은 내 미세한 숨결 하나, 혹은 눈동자를 굴리는 아주 작은 파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소용돌이쳤다.


​바닥에 가라앉지도, 그렇다고 허공으로 완전히 증발하지도 못한 채 영원히 떠도는 저 잔해들.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 누군가의 옷깃에서 스쳐간 섬유의 보푸라기, 혹은 밖에서 묻어 들어온 미상의 가루들일 터였다. 한때는 명확한 실체를 가지고 어딘가에 속해 있었으나, 이제는 형체를 잃고 공기 중을 떠도는 기생적인 존재들.


​문득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형체 없는 불안들이 저 먼지들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일상이라는 어둠 속에 교묘히 숨어 있다가, 어쩌다 불쑥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날카로운 자각의 빛 앞에 설 때면 여지없이 그 어지러운 군무를 드러내고야 마는 것들.


​나는 얕은숨을 들이마셨다. 빛의 통로 속에서 유영하던 수십 개의 입자들이 내 호흡을 타고 폐부 깊숙이 빨려 들어왔다. 결코 떨쳐낼 수 없다면, 차라리 가장 깊은 곳으로 삼켜내어 기꺼이 내 일부로 만들어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빛이 굴절되어 방 안의 온도가 미세하게 변할 때까지, 나는 입을 다문 채 그 건조한 부유물들을 조용히 소화해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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