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엄마 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는데 막상 써야지 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니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어젯밤 자기 전에 마음이 아프다는 엄마 말이 내내 걸리더라. 맨날 틱틱거리고 잔소리해도 돌아서면 늘 후회하곤 해. 진짜 난 아직 멀었다 그지.
막연히 힘들 것 같다는 거랑, 진짜 힘든 상황에서 버텨보는 건 비슷해 보이지만 엄청 다르구나- 하고 깨닫고 있어. 요즘 나는 종종 지금의 내 나이 때 엄마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해.
이미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을 테고, 둘째 아이가 평생 평범하게 크지 못할 거란 걸 받아들인 시기였겠지.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한 사람의 평생을 내내 뒷바라지해야 된다고 마음먹은 결심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어릴 때는 그냥 당연한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했는데 크면 클수록 그게 참 쉽지 않은 결심이었단 걸 깨닫게 되더라.
엄마, 나는 이제 더 이상 어리다고 변명할 수 없는 나이가 됐는데 세상이 너무 어렵다. 아직 너무 까마득해.
회사에서 주어지는 업무도 어렵고, 요즘 하고 있는 공부도 어렵고, 읽고 있는 책도 어렵고, 하고 있던 외국어도 어렵고, 사람과의 관계도 어렵고, 집안일은 끝이 없고, 요즘은 말하는 것도 어려운지 버벅대곤 해. 그리고 엄마를 보는 것도 점점 어려워져서 더 속상하다. 다 잘해보고 싶은데, 세상에 그냥 편하게 흘러가는 게 하나도 없는 거 같아. 어른이 되면 다 능숙하게 척척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실수라도 하게 되면 후폭풍은 치명적이네.
엄마. 나는 이제야 엄마가 얼마나 막막했는지 조금이나마 알 거 같아. 지금 내가 이렇게 찡찡거리는 것도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엄마에 비해서는 그저 투정 수준이잖아. 아이 셋을 두고 새벽에 물건을 떼러 서울로 올라가던 그 마음이 어땠을지.. 아주 조금은 알 거 같기도 해. 이제서야 알아서 미안해.
이전에도 힘들었겠지- 하고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주저앉고 싶은 상황이 돼서야 엄마의 그날에 조금이나마 닿아볼 수 있게 됐네. 미리 알았다면 엄마랑 좀 더 깊은 얘기를 많이 해봤을 텐데.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어리석음 때문에 그 대가를 꽤 오래도록 치르게 될 거 같아.
언젠가는 지금의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몹시도 아픈 날이 안 오면 좋겠지만, 언젠가 온다면 난 또 오늘 엄마에게 잔소리했던걸 후회하며 울게 될까? 아마 나는 앞으로 내내 엄마의 흔적을 더듬으며 살 것 같아.
엄마는 싫어할 것 같지만 내겐 그게 엄마의 위로거든.
그러니까 엄마, 더 아프지 말자. 더 이상 훗날의 딸이 가슴 아파지게 하지 말고 더 아프지 말아. 지금의 엄마도 많이 힘겹겠지만, 잘 자고 잘 먹고 쉴 땐 좀 편히 쉬고. 이것만이라도 어렵지 않게 했으면 좋겠어.
사랑해. 지금도, 앞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