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사과씨만 한 크기의 태아. 이 작은 크기의 태아가 부지런히 세포분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복합적인 감정이 쓰나미를 일으키며 폭풍으로 밀려왔다. 이렇게나 작은 생명이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혹시나 잘못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 그럼에도 나와 동을 닮았을 생명체는 어떤 모습일지 몹시도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
1월 초에는 카렐차페크 에세이에 빠져서 읽었다. 1920년에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기록한 에세이집인데 차페크의 날카롭고 유머스러운 시선을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중간중간 그려진 삽화도 귀엽)
“태아가 자궁 내 무사히 착상해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사물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어떤 임신 관련 책에 나와있던 구절이다. 살면서 걱정과 불안 없이 마음을 느긋하게 먹어본 적이 있었던가? 둥글둥글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 무수히 노력했지만 실패에 가까웠던 많은 날들이 생각났다. 그런데 하물며 내 뱃속에 생명이 있다니.
배아가 태아가 되고 아기가 되어 온전히 세상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나는 자주 초조하고 더러 불안할 것이었다.
그렇지만 많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기에, 엄마가 되어가는 몸과 마음의 모든 과정을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방식으로 기록해 보기로 했다.
알 속의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안에서 껍질을 쪼아대고,
어미닭이 새끼가 나오는 것을 돕기 위해 바깥에서 쪼는 과정. 줄탁동시라는 말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