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사이에 남는 것

잡담 (2018.05.25. 금요일 비 오는 늦은 밤)

by 재생지

늦은 밤,

차창에 번지는 빗방울에

가로등 불빛이 조용히 흔들린다.


학원을 마친 딸아이는

조수석에서 팔짱을 끼고

장난스럽게 말을 건넨다.

차 안에서 우리는

연애 이야기를 가장한 대화를 나눈다.


“너무 자제시키면 더 엇나가요.”


딸아이는

상담사처럼 단정하게 말한다.

나는 잠시 웃고,

또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인생은 대체로

비슷한 과정과 결과를 가진다.


적어도,

내가 지나온 시간 속에서는 그랬다.

그래서 때로는

그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미리 알려주고 싶어지나 보다.


하지만 안다.

다른 답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그리고 대부분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기에,

결국,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그 또한 딸아이의 인생이다.

그 선택이 내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혹은 돌아가는 길처럼 보이더라도

그 길은 분명

그 아이의 것이다.


부모의 사랑이란

앞길을 대신 닦아주는 일이 아니라,

그 길이 상처와 고난으로부터

조금 덜 거칠길 바라는 마음 아닐까.


막아서기보다

조금 떨어져 바라보고,

조언보다

기다림을 선택하는 일.


결국,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킨다는

그들의 앞을 가로막지 않으면서도,

행복을 함께 꿈꿀 수 있는 자리에서

조용히 곁에 머무는 일이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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