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평면을 향해, 오늘을 걷는다.

하강곡선 (2018.08.06. 월요일 흐림, 눅눅한 여름공기)

by 재생지

수술을 마친 지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


겉의 상처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지만,

내 안 어딘가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암세포들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의사는 말했다.

림프절 전이가 심했고

이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해야 할 때라고.


몸을 비워야 했다.

정확히는,

남아 있을지 모를 것을

더 잘 찾아내기 위해

내 안의 환경부터

바꾸는 일이 필요했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먹던 것들을

단번에 끊거나 소량으로

줄여야 했다.

소금까지도.


그렇게

두 주를 보냈다.


입원을 앞두고

생각을 조금 비워보고 싶어

‘딥 임팩트’라는

오래된 영화를 틀었다.


지구와 충돌할지도 모르는 혜성,

그리고

그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


보이지 않지만,

늘 가까이에 있을 있는

죽음이

혜성처럼

언제든지 내 궤도에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떠올려 본다.

참 먼지 같다.

손에 잡히지 않고,

빛이 닿을 때만

존재가 드러나는 것처럼.


인생을

능숙히 말하긴 어렵지만,

마흔 중반을 넘긴 지금,

죽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느껴본 뒤에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믿지만,

어쩌면

이미 내려오는 방향 위를

각자의 속도로

걷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눈앞의 미래는

여전히 아득하지만,

그 끝이

전혀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린 모두

하강곡선 위에 있다.

누군가는 빠르게,

누군가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그 끝에는

언젠가 반드시 닿게 될

고요한 평면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오늘이 달라지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여전히 우리는

내일을 걱정하고,

다음 장면을 준비하며

하루를 산다.


다만,

언젠가

그 평면에 닿을 걸 알기에

지금의 이 굴곡을

조금 더 분명하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