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다시 걷는 삶

by 재생지

조금은

나와는 거리가 있다고

믿고 싶었던 불행이,

화면이나 글 속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은 내 인생 가까이에

그리 어렵지 않게 와 있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또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도.


그런 생각에 문득,

행복이란

불행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그 가능성을 안고도

오늘을 잘 살아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꿈속의 행복을

행운처럼 기다리기보다,

지금의 행복을 알아차리는 일이

먼저일지도 모른다.


잠시나마 멈춰 볼 수 있었던 이 시간은

같은 삶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빠르게 가고 있는지만을 생각했지,

어디를 딛고 서 있는지는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자 몸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너무 늦지만은 않게.


내 안의 나에게

숨이 있고,

맥박이 있고,

발밑에 단단한 땅이 있다는 사실을

하나씩 다시 알려주었다.


다시 걷는다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아니라,

살아 있음을

다시 배우는 일이다.


계단을 오르며 느끼는 숨의 무게,

발바닥에 전해지는 바닥의 감촉,

잠깐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는 여유처럼.


예전엔

별 의미 없던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무심히 지나친 발걸음도

언젠가는

그리움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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