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나와는 거리가 있다고
믿고 싶었던 불행이,
화면이나 글 속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은 내 인생 가까이에
그리 어렵지 않게 와 있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또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도.
그런 생각에 문득,
행복이란
불행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그 가능성을 안고도
오늘을 잘 살아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꿈속의 행복을
행운처럼 기다리기보다,
지금의 행복을 알아차리는 일이
먼저일지도 모른다.
잠시나마 멈춰 볼 수 있었던 이 시간은
같은 삶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빠르게 가고 있는지만을 생각했지,
어디를 딛고 서 있는지는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자 몸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너무 늦지만은 않게.
내 안의 나에게
숨이 있고,
맥박이 있고,
발밑에 단단한 땅이 있다는 사실을
하나씩 다시 알려주었다.
다시 걷는다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아니라,
살아 있음을
다시 배우는 일이다.
계단을 오르며 느끼는 숨의 무게,
발바닥에 전해지는 바닥의 감촉,
잠깐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는 여유처럼.
예전엔
별 의미 없던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무심히 지나친 발걸음도
언젠가는
그리움으로 돌아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