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분의 하루

Day 3 (2018.08.10. 금요일 맑고 뜨거운 하루)

by 재생지

이른 아침 퇴원.


두꺼운 철문이 열리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의 공기는

유난히 선명했다.


방사능 수치는

이미 안전하다고 했지만,

혹시 모를 작은 기운까지

아이들에게 닿지 않도록

며칠은 떨어져 지내기로 했다.


오늘만큼은,

다시 혼자 걸어보기로 했다.


혼자 지내기로 한

숙소의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찜질방으로 향했다.


한가한 시간대인지

대중탕엔 나 혼자였다.


떡국 한 그릇,

식혜 한 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치

다시 일상 쪽으로 돌아왔다는

작은 확인처럼 느껴졌다.


저녁에는

오장동의 함흥냉면.

차가운 면발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하루의 뜨거움을

천천히 식혀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혼자의 시간.

늘 따라붙던

의무와 책임이라는 단어가

오늘만큼은

조금 멀리 있었다.

그 또한

소중한 하루였다.


짧은 입원이었는데도,

병원의 형광등 아래에서의 시간과

바깥의 이 여름은

빛이 머무는 방식부터 달랐다.


사람들 틈을 지나면서도

자꾸 한 걸음쯤

거리를 두게 됐지만,

거리감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닭 한 마리와

맥주 한 잔을 시켰다.

대부분 남겼지만,

그 한 입과 한 모금의 온기가

참 따뜻했다.


숙소에서는

이것저것의 재료로

말도 안 되는 조합의 음식을 해 먹었다.

불 앞에 서서

재료를 다듬고

지글거리는 소리를 듣는 그 순간은

분명

‘나의 시간’이었다.


오늘은 그냥,

세상을 다시 느끼고

나를 천천히 회복시키는 하루였다.


조용하지만 살아 있는 하루.

그것이면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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