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부르지 않는 오후

Day 4 (2018.08.11. 토요일 맑음)

by 재생지

거래처 결혼식을 다녀왔다.


주례사의 말,

신부 입장 음악,

두 사람을 바라보는

양가 부모님의 눈빛.


그 장면들이

오늘따라

가슴 깊은 곳까지

울림을 준다.


멀리서 지켜보다가

문득

내 지난날이 겹쳐졌다.


그때 품었던 설렘,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책임,

그리고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겹겹이 쌓인 시간들.


식장을 나서자

현실은 다시

뜨겁고 적막한

한여름이었다.


혼자 식사를 하고,

근처에 갈 만한 곳을 찾다

‘반달공원’이라는 이름에

발걸음이 멈췄다.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매미 울음은

숨이 막힐 만큼 요란했고,

텅 빈 농구장은

누구도 부르지 않는 오후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는

할아버지 두 분이

나른하게 누워 계셨다.


결혼식의 북적임에서,

막 벗어난

이 동요 없는 고요함은

마치

시간이 비켜간

작은 섬처럼 느껴졌다.


주말이 이렇게

느슨하게 흘러간 적이

대체 언제였던가.


딱히 가야 할 곳도,

맞춰야 할 시간도,

지금 나를 부르는 사람도 없다.

당장 해야 할 일도 없다.


이 ‘무(無)’의 상태가... 여유일까.


그게 맞다면,

나는 지금

꽤 오랜만에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셈이다.


결혼식에서 본

두 사람의 시작과

내 앞에 펼쳐진

이 고요한 오후가

묘하게 맞물린다.


누군가와 함께

걸어온 시간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건너온

혼자만의 시간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소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덕분에

내 안을 들여다볼

틈이 생긴 것인지도.


정말 오랜만에

혼자다.


아니,

이런 시간이

근래의 내 삶에

있었던 적이

과연 있었던가.


그 생각이

반달공원의 뜨거운 바람 속에서

말없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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