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 (2018.09.07. 금요일 맑음, 늦여름의 공기)
여섯 해를 함께한
사원이
퇴사를 결심했다는 말을 꺼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말 사이로
‘성취감’이라는 단어가
조용히 드러났다.
오랜만에 떠올리는 말이다.
나 역시
언젠가는
일을 통해 얻은 희열로
술자리가 길어지던 때가 있었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분 하나로
밤이 짧게 느껴지던 날들.
요즘의 나는
그 감각을
언제 마지막으로 느꼈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목표가 사라진 걸까,
아니면
만족의 기준이
달라진 걸까.
일은
생활에 가깝다.
숨 쉬는 것처럼.
숨 자체가
즐거움을 주지는 않지만,
막상 쉴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절실함을 알게 된다.
일도 그런 것 아닐까.
혹여 즐거움을 주지 않아도,
멈출 수 없기에
오히려 더 묵직해지는 것.
나는
당장 결정을 내리지 말라고 했다.
다음 계획이 생길 때까지
조금 쉬어도 된다고.
자리는 비워둘 테니,
마음이 바뀌면
그때부터 다시 시작해도 된다고.
붙잡으려는 말도,
떠미는 말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은
잠시 멈춰도 된다는 뜻이었을 뿐이다.
일을 숨처럼 느끼며 사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일은
열정만으로 이어가기엔
너무 길고,
재능과 열정은
쉽게 겹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성취는
때론
즉각적인 형태로 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눈에 띄지 않게,
하루하루 쌓인 시간 뒤에서
언젠가 문득
'여기까지 와 있었구나'하며
소리 없이 도착하기도 한다.
아마도
그 말을
그 친구에게만 한 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아직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로
하루를 건너고 있고,
다음 계획을
서둘러 세우기보다
잠시
비워둔 자리 위에
그대로 머물러도 되는
시기라는 걸,
나 자신에게도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성취란,
어쩌면
크게 환호하는 순간이 아니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되고
흐르던 시간을
굳이 재촉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에서 자라나는
감각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