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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Mar 04. 2023

오랜만입니다 브런치도 저도

오랜만의 근황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들


 굉장히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다. 졸업식을 치르고 졸업 기념 일본으로 자유여행을 가게 되어 이런저런 준비로 바빴다. 그리고 집 근처에서 지도자 과정을 거쳤던 요가원과 비슷한 분위기의 요가원을 만나게 되어 어느덧 요가원에서 요가 수련을 한지도 벌써 1달이 넘어간다. 바쁜 와중에도 브런치를 쓰고 싶었으나 벌써 3월이 되어버린 시간의 야속함에 괜스레 숙연해진다. 작년 졸업작품 준비 중에도 틈틈이 브런치 글 쓴다고 나름 애썼는데 그때보다는 덜 바쁜 지금이 더 게으른 탓은 온전히 내 탓일 테다.


그래도 나름 브런치에 왔으니 그간 내가 막연하게 머릿속으로만 떠돌아다니던 생각들을 글로 표현해 보겠다.



먼저 졸업상영회를 치르고 졸업을 겪으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다.



누군가 그랬다. 남의 슬픔에 같이 슬퍼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남의 기쁨에 같이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없다. 타인의 불행은 같이 슬퍼하며 동정하기 쉽지만 타인의 행운은 같이 진심으로 기뻐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슬플 때 슬퍼하는 사람보다 내가 기쁠 때 같이 축하해 주는 사람을 곁에 두라고. 


맞는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베풀었던 선행들, 내가 호의적으로 대했던 진심들은 항상 그만큼의 양으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선물했어도 나의 차례가 되니 그들은 그만큼 나를 축하해주지 않았다. 대가를 바란 것은 전혀 아니었으나 그래도 나름의 소소한 축하를 기대했던 만큼 타인의 무관심과 내가 준 애정이 꼭 관계에 따라 비례하지 않는다는 잔혹한 현실을 톡톡히 깨달았다.


그래서 나의 졸업작품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감상평을 남겨주고 소중한 감상문을 공유해 준 사랑스러운 친구들과 요가원에서 만난 빛나는 인연에 여기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인간관계를 한번 정리하고 재정비하는 시기가 온다고 하던데 나는 졸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깊이라는 덫과 함정에 갇혀 더 이상 애정 없는 그들에게 내 시간과 힘을 쏟고 싶지 않다. 나를 응원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가지기에도 나는 너무나 바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요가원의 수련은 너무나 행복하다.



물론 작년 11월 중순부터 올 1월 말까진 졸업작품 마무리로 인해 전혀 수련을 못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요가원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분위기와 열기 속에서 하는 요가는 너무나 벅찼고 근육통으로 다가왔다. 일주일 동안 근육통과 몸살로 기운 없었지만 계속 꾸준히 하다 보니 다시 나의 몸은 아사나를 기억해 냈다.


우르드바다누라도 머리서기도 다시 감각을 되찾아갔다.


홀로 수련할 때는 아사나를 해내기에 급급했는데 요가원에서 천천히 한 동작을 들어가고 나가는데 집중하다 보니 내가 놓쳤던 디테일을 살펴보게 되었다. 손은 제대로 짚었는가, 팔꿈치는 모았는가 그리고 발의 접지는 단단한가. 여전히 우르드바다누라사나를 할 때 허벅지가 터질 듯이 아프고 자꾸 무릎이 벌어지곤 한다.


그래도 켜켜이 쌓아놓았던 나의 경험의 시간들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지금도 다시 새롭게 수련한다는 마음으로 매일매일이 다른 나의 몸의 감각과 함께 천천히 요가를 해나가고 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나의 인생에 있어 대학입학과도 같은 굉장히 큰 변화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졸업과 동시에 좋은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잡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렇게 올해는 그 준비로 사활을 걸 예정이다. 고달프고 힘든 여정이 되겠지만 한 두 번 겪은 것도 아니기에 졸업 이후에도 열심히 달려 나갈 것이다.


나의 졸업작품은 현재 여러 영화제에 출품되었는데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영화제에 출품되어 놀라움과 뜻깊음을 연속으로 느끼고 있다. 나보다 훨씬 더 많은 나라와 세계를 누비고 있을 내 첫 졸업작품이 부럽기도 하고 이왕 나갔으니 좋은 소식도 은근히 바라는 중이다. 일이 잘 풀려 또 개인 작품을 하게 될 기회가 찾아온다면 졸업작품 차기작을 준비해보고 싶다. 


졸업작품이 요가를 하며 찾아온 변화가 주제라면 차기작은 요가를 하며 느꼈던 고뇌 그리고 '나'라는 자아를 심도 있게 풀어나가고 싶은 생각이다. 요가를 하면서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내가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나 그 이전의 나 또한 나이며 나라는 존재는 그리 단순한 존재가 아니기에. 지도자 과정에서 깨닫고 눈물을 흘렸던 '깨달음'을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면 굉장히 의미 있겠다 싶었다. 연작의 느낌으로 말이다.




다시 나의 브런치를 슬슬 깨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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