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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Jan 27. 2023

2023년을 맞이하며

졸업과 그리고 새로운 변화들의 시작


아빠가 찍어주신 일출




 요즘 브런치 글을 잘 못 쓴 지가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나름 틈틈이 원고도 쓰고 비축했다고 장담했던 글들은 벌써 동이 나버린 지 오래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써서 올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강했던지라 저 자신과 타협하는 기간이 굉장히 흘러가버린 느낌입니다. 일단 올해를 새롭게 맞이하며 왜 그동안 브런치 글을 꾸준히 올리기가 힘들었는지, 요즘 제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간략히 쓰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졸업작품 제작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 1인제작은 굉장히 고되고 외로운 사투입니다. 혼자서 몇백 장, 몇천 장을 쳐내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렵습니다. 몸이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마음을 다 잡는 것이 그렇게 힘이 들 수가 없습니다.


0에서 99까지 가는 것은 의외로 쉽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금방 그려내기 시작하면 99까지는 어떻게든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99에서 100으로 가는 길이 너무 힘듭니다. 겨우 1의 차이지만 여기서 완성을 하느냐, 나 자신과 타협하느냐가 갈리는 길입니다. 내 계획대로 가기엔 몸도 마음도 충분히 지쳤고 어찌 됐든 어느 정도는 완성을 했으니 이제 이 정도는 포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매혹적으로 들리는 시기입니다.


저는 여기서 고비를 맞이했고 악착같이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기 위해 여러 번 밤을 새우면서 결국 100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대면상영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함께인 친구들의 응원과 정성 어린 감상글은 제게 큰 울림이 되었고 감독으로서 마주하는 관객의 피드백이었습니다. 저의 의도와 연출 핵심을 잘 파악해 준 이들의 감상은 제게 무언의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우리 집 미모천재 프라이덱 근황


졸업작품을 제 이야기로 풀어나간 선택은 제게 있어 굉장히 의미 있고 뜻깊은 작업이 되었으며 지금도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간담이 서늘하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요가 여정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줄 저의 이 졸업작품에게 저 스스로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제 졸업작품은 학교를 지나 이제 영화제에 출품되었습니다. 정확한 근황은 세세히 언급하기 힘들지만 우선 여러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입니다. 오랜 시간 졸업작품을 기획하며 막연하게 꿈꿨던 저의 계획과 바람이 서서히 실현이 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를 떠나 홀로 여러 영화제를 돌며 더 넓은 세계를 돌아다닐 제 작품을 생각하면 기분이 굉장히 묘하기도, 벅차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 어쩌면 제 인생에 있어 크나큰 전환점을 맞이할 순간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회는 예기치 않게 온다고 했던가요. 졸업을 앞둔 동시에 좋은 기회를 가질 제의가 들어와 열심히 준비하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언젠가 잘 풀려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될 날이 온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아마 올 한 해는 이 준비에 사활을 다 걸 수도 있습니다.


23년이 시작되고 저는 저의 졸업상영회를 맞이했고 큰 변화 두 가지를 지금 현재까지도 겪고 있는 중입니다. 굉장히 얼떨떨하면서도 감독님으로 불리는 현 상황이 썩 나쁘지 않습니다. 언젠가 고대하던 감독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순간이 꿈만 같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한 편을 완성하는 과정은 굉장히 길고 고된 순간들의 연속이었으나 그것이 극장에 상영되고 관객분들과 함께 감상하면서 저는 울컥했습니다.


영상이 줄 수 있는 울림은 멈춰있는 이미지와는 또 다른 감각입니다. 그리고 대학교 입학한 이래로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길 잘했다, 또 만들고 싶다란 내면의 울림이 미약하지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진동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잘 살려 크나큰 공명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브런치를 언제까지고 방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브런치가 있기에 글 쓰는 법을 계속해서 익히고 요가에 대한 저의 성찰과 그때만의 감성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현재 진행하는 일들이 안정을 찾고 나면 다시 꾸준히 일주일마다 글을 쓰는 일상을 되찾으려고 합니다.


졸업작품으로 인해 뒷전이 되었던 요가수련도 다시 요가원에 다니면서 시작할 예정입니다. 어쩌면 또 다른 요가수련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씩 요가 글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익숙함의 마지막을 맞이한 순간,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 저를 반겨주고 있는 올 한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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