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더라도 착실하게 가는 것

효율성과 빠름에 목 매이는 이들에게

by 이소연


미국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 조교일을 하면서 나의 공부와 졸업작품까지 동시에 하려니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고 그 속에서 건강과 할 일을 조율해 가면서 잘 유지하려면 시간을 그만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지내야 한다. 그렇기에 나의 동기들도 그렇고 지도 교수님 또한 효율성과 빠름을 추구하는 걸 쉽게 목격한다.


어떨 땐 논문을 읽는 것이나, 책을 읽는 것 또한 AI에게 맡기며 내용요약을 해달라고 한다던지, 혹은 AI와 대화를 하며 책이나 논문 내용을 대충 훑어본다던지 하는 식으로 본인이 책을 읽고 노력하기보다 AI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책이나 논문 읽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다른 과제를 하는 모습을 봤다.


나의 경우엔 1학년 1학기 과목이 논문 읽는 수업이었고 2학기 과목에서 논문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여러 인터넷 기사들을 읽는 수업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글들을 나의 머리를 싸매가며 스스로 단어 뜻을 찾아가며 읽었다. AI에게 맡겼더니 엉터리로 요약을 하고 심지어 몇몇은 글에 없던 내용을 지어가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기함하여 나의 어설픈 영어 독해 실력에 의존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렇게 독해를 스스로 다져나갔기에 영어 책을 읽거나 논문을 읽어도 더 이상 머리가 아프지 않다. 오히려 글을 읽는 게 좋아졌을 정도다. AI 가 너무 똑똑해져 버려서 오히려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 마치 핸드폰 기능이 좋아져서 사람들이 전화번호를 굳이 외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남들에 비해 습득하거나 배우는 것에 시간이 배로 걸렸고 느렸다. 그러나 나의 장점이자 강점은, 착실하게 간다는 것이다. 남들에 비해 설령 효율성과 빠름이 떨어진다고 할지언정, 나는 내가 목표로 하는 바를 결국 끝까지 이루고 해낸다.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될지언정. 그리고 그것이 잘못될지언정. 나는 나의 느린 대로의 착실함을 믿고 성실함과 인내, 끈기, 지구력으로 똘똘 뭉쳐 집요하게 해낸다.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떤 공부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해도 더 이상 머리를 싸매지 않는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오면 그저 묵묵히 감내하며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렇게 지난 1년 동안 효율적이지 않았던 나의 논문과 책 읽은 경험들이 오늘날 지금의 내가 졸업작품에 필요한 책과 논문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스스로 글을 읽으며 비평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해 보는 단계까지 이를 수 있었다. 글을 읽으며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의견을 도출해 내어 피력하는 것은 AI 가 해줄 수 없는 '나'라는 사람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어떤 과정이든 어떤 단계이든 힘들고 오래 걸린다 할지언정, 나는 그래도 착실하게 해 나갈 것이다. 빠름과 효율적인 것도 좋지만 그렇게 빠르고 편리한 것만 추구하다가 결국 내게 남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지도 고민해 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정말 유의미한 경험과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고, 그 속에서 배우려고 하는 게 있다면 말이다.


오늘날 바쁜 현대사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이들에게 나는 그럼에도 '착실함'의 미학을 건네보고 싶다.


바쁜 와중에도 오래 걸리는 무언가가 찾아와도 그것을 맞이하고 그것을 완료하기까지의 과정을 착실히 수행해 보는 거다. 그 속에선 분명, 빠르고 효율적인 것 이상의 배움과 나만의 경험 그리고 깨달음이 있다. 그렇게 하나씩 쌓이다 보면,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효능감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