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분을 알면 식 집사라면서요?

토분의 매력을 알아버리기까지

by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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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물을 전혀 몰랐던 작년을 생각하면 올해는 아주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식물에 대해 무지했고 식물을 기르는 데에도 아무런 관심도 없던 내가 화원에 들락날락하면서 파리지옥에 꽂혀 애지중지 기르고 그러면서 식물을 기르는 참 맛을 알아버렸다. 여러 시도를 해보며 잎꽂이, 물꽂이 등 번식도 해보고 몇몇은 실패했지만 몇몇은 성공하여 뿌리내리고 있다. 이렇게 올 한 해는 식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여름을 적응해가고 있다.


식 집사라는 키워드는 코로나로 인해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실내 활동에 주력하면서 생겼다. 실내 가드닝을 통해 식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고양이 집사가 아니라 식물을 애지중지 기르고 물시중을 드는 식 집사가 속속히 등장했다. 반려동물이 아닌 반려식물이란 말도 같이 나오기 시작했다. 식물을 기르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참으로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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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식물을 기르면서 화분엔 아무런 욕심이 생기지 않았다. 급하면 다이소에서 싼 맛에 사는 플라스틱 화분을 사다가 식재하고 기르곤 했다. 그럼에도 통풍이 잘되는 우리 집의 유일한 강점이 식물들을 살렸다. 토분의 진정한 매력을 알게 된 시점은 뿌리 나누기로 번식한 우리 집 마란타를 하나로 합식 할 큰 화분을 구하러 화원에 들를 때였다.


생각보다 뿌리가 많이 자라고 잎들이 무성했던 우리 집 마란타를 안전하게 품을 크기는 플라스틱 화분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화원의 토분 코너로 모녀는 향했고 엄마의 원픽으로 지금의 큰 대접 같은 토분을 업어온다. 그리고 마란타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잎들을 무성하게 냈고 대품으로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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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예상보다 훨씬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는 마란타를 보며 조금씩 토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무엇이 식물로 하여금 신이 나게 만들며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할까. 열심히 정보를 수집한 바에 따르면 토분의 큰 장점은 통기성이 좋고 물마름이 플라스틱 화분보다 빠르며 뿌리가 숨을 쉴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토분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이천에 있는 도자기 마을에서 국산 토분을 몇 가지를 데려왔고 플라스틱 화분에 식재되어 있던 식물들을 하나씩 옮겨주었다.


토분에 있는 식물과 플라스틱 분에 있는 식물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토분에 있는 식물들이 더 성장이 빨랐고 푸릇푸릇한 새 잎들도 더 많이 내어주었다. 물을 주면 토분의 표면에 바로 물기가 올라오는 걸 볼 수 있어서 물 마름이 어느 정도로 이뤄지는지, 흙이 얼마나 통풍이 되는지도 바로바로 알 수 있어 좋았다. 우리 집 블랙 금전수가 몰라보게 자라서 현재 대품 화분으로 갈아준 상태이다. 원래 이태리 토분에서 살고 있던 에인절 윙스는 뿌리가 가득 차 좀 더 큰 사이즈의 국산 토분으로 바꿔주었다. 토분은 이태리 토분이나 국산 토분이나 다 써 본 결과 물 마름이 좋았고 식물들도 좋아했다.


가드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산 토분 브랜드 또한 다양화되고 많아졌다. 나 역시 토분의 매력을 알게 된 이후로 본격적인 국산 브랜드 토분들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사이즈, 디자인, 무늬, 색상의 토분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토분의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점차 식물을 죽이지 말고 잘 길러보자에서 이젠 식물도 잘 자라고 나도 보기에 즐거운 예쁜 토분에 식재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좀 더 진화했다.


그렇다고 너무 비싼 브랜드의 토분은 지양하고자 한다. 물론 그 가격이 개의치 않을 정도로 황홀하고 멋진 디자인이며 쉽게 얻을 수 없는 희소성 때문에 미친 듯이 검색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값싼 토분이든 좀 더 값을 준 국산 토분이든 우리 집 식물들은 토분에서 잘 자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잠시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던 명품 브랜드 토분 욕심을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식물을 사랑하기 시작한 이 시점에서 플라스틱 화분으로 회귀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유약이 발라진 도자기 화분도 통기성이 좋지 않아 피하게 되었다. 토분이 심미성도 좋지만 식물들이 더 쾌적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서 보기에 참 좋았다. 그래서 너무 비싸지 않은 선에서 적당히 국산 토분을 쟁여놓을 생각이다.


토분을 알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식물 덕후, 식 집사의 길을 걷는 거라고들 한다. 이제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식 집사가 되었고 인정한다. 순간순간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명품 브랜드 토분의 유혹들을 슬기롭게 이겨내며 제일 중요한 사실은 식물들이 살기 좋은 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임을 잊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식 집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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