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연 Jun 28. 2022

토분을 알면 식 집사라면서요?

토분의 매력을 알아버리기까지

 



 나는 식물을 전혀 몰랐던 작년을 생각하면 올해는 아주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식물에 대해 무지했고 식물을 기르는 데에도 아무런 관심도 없던 내가 화원에 들락날락하면서 파리지옥에 꽂혀 애지중지 기르고 그러면서 식물을 기르는 참 맛을 알아버렸다. 여러 시도를 해보며 잎꽂이, 물꽂이 등 번식도 해보고 몇몇은 실패했지만 몇몇은 성공하여 뿌리내리고 있다. 이렇게 올 한 해는 식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여름을 적응해가고 있다.


식 집사라는 키워드는 코로나로 인해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실내 활동에 주력하면서 생겼다. 실내 가드닝을 통해 식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고양이 집사가 아니라 식물을 애지중지 기르고 물시중을 드는 식 집사가 속속히 등장했다. 반려동물이 아닌 반려식물이란 말도 같이 나오기 시작했다. 식물을 기르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참으로 공감이 된다.





초반엔 식물을 기르면서 화분엔 아무런 욕심이 생기지 않았다. 급하면 다이소에서 싼 맛에 사는 플라스틱 화분을 사다가 식재하고 기르곤 했다. 그럼에도 통풍이 잘되는 우리 집의 유일한 강점이 식물들을 살렸다. 토분의 진정한 매력을 알게 된 시점은 뿌리 나누기로 번식한 우리 집 마란타를 하나로 합식 할 큰 화분을 구하러 화원에 들를 때였다.


생각보다 뿌리가 많이 자라고 잎들이 무성했던 우리 집 마란타를 안전하게 품을 크기는 플라스틱 화분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화원의 토분 코너로 모녀는 향했고 엄마의 원픽으로 지금의 큰 대접 같은 토분을 업어온다. 그리고 마란타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잎들을 무성하게 냈고 대품으로 성장 중이다.





나는 내 예상보다 훨씬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는 마란타를 보며 조금씩 토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무엇이 식물로 하여금 신이 나게 만들며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할까. 열심히 정보를 수집한 바에 따르면 토분의 큰 장점은 통기성이 좋고 물마름이 플라스틱 화분보다 빠르며 뿌리가 숨을 쉴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토분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이천에 있는 도자기 마을에서 국산 토분을 몇 가지를 데려왔고 플라스틱 화분에 식재되어 있던 식물들을 하나씩 옮겨주었다.


토분에 있는 식물과 플라스틱 분에 있는 식물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토분에 있는 식물들이 더 성장이 빨랐고 푸릇푸릇한 새 잎들도 더 많이 내어주었다. 물을 주면 토분의 표면에 바로 물기가 올라오는 걸 볼 수 있어서 물 마름이 어느 정도로 이뤄지는지, 흙이 얼마나 통풍이 되는지도 바로바로 알 수 있어 좋았다. 우리 집 블랙 금전수가 몰라보게 자라서 현재 대품 화분으로 갈아준 상태이다. 원래 이태리 토분에서 살고 있던 에인절 윙스는 뿌리가 가득 차 좀 더 큰 사이즈의 국산 토분으로 바꿔주었다. 토분은 이태리 토분이나 국산 토분이나 다 써 본 결과 물 마름이 좋았고 식물들도 좋아했다.


가드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산 토분 브랜드 또한 다양화되고 많아졌다. 나 역시 토분의 매력을 알게 된 이후로 본격적인 국산 브랜드 토분들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사이즈, 디자인, 무늬, 색상의 토분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토분의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점차 식물을 죽이지 말고 잘 길러보자에서 이젠 식물도 잘 자라고 나도 보기에 즐거운 예쁜 토분에 식재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좀 더 진화했다.


그렇다고 너무 비싼 브랜드의 토분은 지양하고자 한다. 물론 그 가격이 개의치 않을 정도로 황홀하고 멋진 디자인이며 쉽게 얻을 수 없는 희소성 때문에 미친 듯이 검색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값싼 토분이든 좀 더 값을 준 국산 토분이든 우리 집 식물들은 토분에서 잘 자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잠시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던 명품 브랜드 토분 욕심을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식물을 사랑하기 시작한 이 시점에서 플라스틱 화분으로 회귀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유약이 발라진 도자기 화분도 통기성이 좋지 않아 피하게 되었다. 토분이 심미성도 좋지만 식물들이 더 쾌적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서 보기에 참 좋았다. 그래서 너무 비싸지 않은 선에서 적당히 국산 토분을 쟁여놓을 생각이다. 


토분을 알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식물 덕후, 식 집사의 길을 걷는 거라고들 한다. 이제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식 집사가 되었고 인정한다. 순간순간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명품 브랜드 토분의 유혹들을 슬기롭게 이겨내며 제일 중요한 사실은 식물들이 살기 좋은 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임을 잊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식 집사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집에선 꽃이 잘 안 돼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