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씨앗.
출동벨 소리가 들린다.
‘아들 콧줄이 빠졌어요, 응급실 이송 요청,’
김행복 대원은 궁시렁 거린다.
"긴급한 것도 아니네... 콧줄 빠지면 병원에 직접 가시지…. 신고까지 하나."
작은 아파트, 깨끗하게 정리된 작은 거실 하나, 작은 방 하나.
작은 거실을 가득 채운 큰 병원용 침대
대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침대에 누워있는 20대 남성.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보호자들이 사정을 말한다.
약 10년 전,
“아들! 오늘 학교 잘 다녀와!”
“응, 엄마 이따, 비 오면 데리러 올 거지?”
“그래! 연락해! 우산 챙겨가고!”
파란색 장우산을 가지고 등교하던 아들의 뒷모습.
무면허, 무보험, 음주운전인 상태로 2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
등교중인 고등학생 아들을 덮친다.
평범한 가정에서 발아한 모든 비극의 씨앗.
수 억대의 치료비. 받을 수 없는 보험금.
"집까지 팔았는데 치료비를 더 이상 낼 수가 없었어요."
"이런 신고해서 죄송해요. 보시다시피 아들이 키가 185가 넘어서요. 저희가 도저히 데리고 갈
수가 없어요."
이어서 말한다.
"가해자는 사과도 없었어요. 감방에서 몇 년 살다가 나와서 잘 지내더라고요."
한순간 누군가의 선택으로 한 가정의 세 명이 무너졌다.
구급대원들은 응급실 이송을 하기로 결정한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보호자의 사정을 들은 김행복 대원은 궁시렁거린 자신을 창피해한다.
'출동 갈 때 투덜거려 죄송해요. 보호자분들.'